이런 실적 호조와 낙관적 전망은 마냥 반길 계제가 못 된다. 공교롭게도 역대 두 번째 호실적을 발표한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첫 정식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포승줄에 묶인 채 착잡한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선 모습은 삼성 내부의 위기감과 오버랩된다. 아무리 시스템의 삼성이라고는 하나 총수의 부재가 초래할 후폭풍이 자못 큰 탓이다.
물론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삼성전자의 단기 실적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인 전자 분야만큼은 달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나 다름없다. 미래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과 대규모 선행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신속한 의사결정은 더 중요하다. 이는 전문경영인의 영역이라기보다 총수의 결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삼성 내부의 위기의식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사정은 신동빈 회장이 이날 같은 혐의로 검찰에 불려 나온 롯데그룹도 다르지 않다. 대기업 총수를 영어의 몸으로 묶고서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죄도 시원찮을 판에 투자결단의 족쇄가 묶인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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