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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 갑순이' 유선, "답답한 재순 캐릭터…시청자들의 아픈 손가락이었죠"

“시작부터 힘들기만 했던 재순이를 시청자 분들께서 아픈 손가락처럼 안쓰럽게 여겨 주신 것 같아요”

7%로 시작한 시청률이 20%를 돌파하는 등, 침체되어있던 SBS 주말 드라마에 호흡을 불어넣은 ‘우리 갑순이’의 후반 상승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는 것에서 배우 유선이 연기한 극중 캐릭터와 제법 닮아있다.

/사진=모션미디어




‘우리 갑순이’에서 유선은 전 남편이 남긴 빚을 해결하기 위해 재혼을 선택했고, 그로 인해 남편과 아이들의 냉대 속에서도 큰 소리 한 번 치지 못하며 눈물의 나날을 보내는 ‘신재순’을 연기한다. 극 초반까지만 해도 유선은 시청자들이 ‘고구마 100개는 먹은 듯 하다’고 할 정도로 답답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전부인과의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는 남편을 향해 이혼을 선언하는 등 180도 돌변한 모습으로 드라마를 이끌었다.

“대사도 많이 없고 배우로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좁다보니 거기에서 오는 답답함과 갈증이 있었어요. 늘 청소를 하고 음식을 만들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 밖에 없었죠. 시청자들 역시 그런 답답함을 함께 쌓아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랬기 때문에 처음으로 금식에게 속내를 터트리는 ‘사이다 한 방’을 모두 통쾌해 할 수 있었죠. 작가님께서 재순이라는 캐릭터에게 기지개를 펼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큰 그림을 그려주신 것 같아요”

‘우리 갑순이’에서 신재순(유선 분)과 조금식(최대철 분) 부부는 ‘재혼가정’이 처한 현실적 상황을 그려내는 역할을 맡았다. 최근 드라마에서 ‘이혼’과 ‘재혼’이라는 소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지만, 정작 재혼가정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는 드라마는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유선은 ‘신재순’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재혼과 행복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야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재순과 금식의 재혼생활에 계속해서 방해요인이 등장했지만, 어찌되었든 두 사람은 잘 이겨내서 갈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재순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금식이라는 마음으로 지지해주셨던 시청자들의 힘과 상대배우 최대철씨의 연기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저희 커플의 이야기가 좋은 쪽으로 흐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고구마로 시작해 통쾌한 사이다를 선사하는 재순의 캐릭터로 인해 ‘우리 갑순이’는 후반부에서는 시청자들에게 ‘우리 재순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은 유선 혼자의 공이 아니었다. 때로는 밉상 남편으로,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금식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해준 최대철과의 호흡이 없었다면 재순의 캐릭터가 이렇게 사랑받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최대철씨가 옥탑방에서 내복바람으로 덜덜 떠는 장면이 있었어요. 저 찍을 때는 옷을 입고 있어도 됐을 텐데 감정에 방해가 된다고 안 입고 있더라고요. 얇은 내복, 맨발 때문에 실제로 덜덜 떨면서도 담요 한 번을 안 걸쳤어요. 최대철씨가 정말 열심히 잘해줬고, 배려도 많이 해줬죠”

/사진=모션미디어


7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긴 호흡을 끌고 간 SBS 주말 드라마 ‘우리 갑순이’는 유선에게 많은 재미와 깨달음 그리고 행복감을 안겼다.

“‘작은 아씨들’, ‘솔약국집 아들들’, ‘우리 갑순이’까지 주말드라마는 제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큰 족적을 남겼을 뿐 아니라 하면서도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장르에요. 긴 호흡으로 가다보니 오랫동안 가져가고 싶은 사람들도 남거든요. 그리고 미니시리즈는 짧은 시간에 승부를 봐야하기 때문에 중심인물 위주로 다룰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면, 주말드라마는 전체 배우들에게 기회가 다 와요. 그리고 그 기회가 나에게 왔을 때 그걸 밀어붙일 수 있는 힘도 있고요. 시청자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긴 시간을 함께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여배우에게 마흔이라는 나이는 큰 의미를 지닌다. 30대까지는 20대의 미혼여성을 연기하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 않지만, 마흔이라는 나이는 이제까지 보여준 젊은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찾아야 할 경계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갑순이’는 유선에게 40대에 접어든 배우로서 새로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고두심, 이보희, 이미영 등 10대부터 배우를 시작해 중년까지 살아남은 선배 연기자들의 모습을 통해 ‘나이듦’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는 해답을 찾게 된 것 이다. 그렇게 ‘멀리 가는 배우’ 유선은 ‘우리 갑순이’와 함께 한 뼘 더 성장해 있었다.

“언젠가는 저도 이름이나 캐릭터로 홀로서기보다는 누구의 엄마나 이모로 불리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나이가 오겠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순간이 오면 마음이 어렵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 선생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이렇게 묵직한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위로 가고 싶다는 바람보다 멀리 가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죠”

/사진=모션미디어


물론 ‘나이듦’을 인정하게 됐다고 해서 유선이 배우로서 응당 가지는 욕심이 사라진 것은 물론 아니다. 그동안 유선은 차갑고 도회적인 이미지부터 KBS ‘솔약국집 아들들’의 ‘복실’ 같은 촌티나는 이미지, 그리고 ‘배우 유선’이 아닌 한 명의 인간 ‘유선’을 보여준 MBC ‘진짜 사나이’처럼 다양한 모습을 선보여 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아직도 유선은 배우로서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다.

“올해 제 목표가 다작이에요. 일이 더 재미있어지기 시작했고, 더 많이 경험해보고 싶어요. 열심히 준비해서 영화, 드라마를 오가면서 캐릭터에 대한 다양한 경험도 쌓는 한 해를 보내고 싶어요. 이미지를 확장시킬 수 있는 다양한 선택을 해보려고 해요”

‘우리 갑순이’를 마친 유선의 다음 행보는 미국 CBS의 인기 수사 드라마인 ‘크리미널 마인드’를 리메이크한 tvN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7월 방송)와 영화 한 편이다. 2017년에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는 유선의 말이 벌써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갑순이’의 ‘재순’과는 또 다르게 유선이 2017년 보여줄 변신들이 기대되기 시작한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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