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1,090일간의 고단한 항해를 끝내고 9일 마침내 뭍에 올랐다. 참사가 발생한 지는 1,089일 만이고 지난달 25일 인양돼 반잠수식 선박에 오른 지 보름만이다.
이르면 10일께 선체를 육상에 고정하는 작업까지 완료되면 미수습자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과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해수부는 특수 운송장비(모듈 트랜스포터) 600대가 세월호를 이송하는 데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선체를 반잠수식 선박에서 목포 신항 철재 부두 위로 옮기는 작업을 나선 뒤 오후 1시부터 육상 양륙 작업을 시작했다. 이송 작업은 모듈 트랜스포터 600대를 여덟 줄로 세워서 진행됐다. 가운데 여섯 줄에는 40톤을 감당할 수 있는 장비 80대씩, 양 끝 2줄에는 감당 하중 60톤의 대용량 장비 60대씩을 각각 배치했다. 모듈 트랜스포터에 실린 선체가 모두 육상 위로 올라온 것은 오후5시30분께였다.
선수가 부두 쪽을 향하고 있던 세월호 선체는 객실 부분이 부두 쪽을, 선체 바닥이 바다 쪽을 향하게 90도 돌려져서 부두 끝자락으로 이동했다. 해수부는 이동 작업과 함께 반잠수식 선박 갑판 위 선체 받침대를 세월호를 거치하는 곳으로 옮겨서 설치했다. 오후 10시께 이미 설치된 받침대에 세월호를 다시 내려놓는 데 성공했다.
당초 해수부는 해상크레인 이용이 쉽도록 객실이 바다를 향하게 거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가족의 요구를 받아들여 객실이 부두를 향하고 선체 바닥이 바다 쪽을 향하게 하도록 작업 계획을 바꿨다.
남은 인양 작업은 선체를 거치대에 고정하는 것이다. 고정 작업이 10일 완료 되면 선체 세척과 방역작업, 안정도 및 위해도 조사 이후 미수습자 9명을 찾기 위한 선내 수색이 시작된다.
다만 수색 방식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 해수부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와 미수습자가 있을 확률이 높은 지역부터 집중적으로 수색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색 방식을 놓고는 아직 선조위와 협의를 끝내지 못했다. 선조위는 침몰에 대한 정확한 진상 조사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여전히 해수부의 검토안인 ‘객실 직립’ 수색방식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선조위의 침몰 원인 규명 작업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앞서 선조위는 영국 감정기관 ‘브룩스벨’을 통해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브룩스 벨은 해양사고 조사, 잔해 확인과 제거, 선박 설계 연구 등을 지원하는 회사로 1994년 852명이 숨진 ‘에스토니아호’ 침몰 사고, 2012년 32명이 숨진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좌초 사고 등과 관련한 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세월호가 침몰했던 진도 해역에서도 수중 수색이 개시됐다. 해수부는 전날까지 침몰지점의 수중 지장물을 모두 치웠다며 세월호 주변 해저면에 설치한 유실방지 펜스 안 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