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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금융과 재정, 메디치 효과를 꿈꾸며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일이 주업인 기획재정부에서 일하다 보면 관련 없어 보이는 분야가 절묘하게 엮여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종종 한다. 그중에서도 한정된 재원을 배분하는 국민경제의 양대 축인 재정과 금융의 연계 및 조화는 효용과 파급력을 따져볼 때 가장 으뜸가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재정은 국가 정책목표 달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집행하는 활동이다. 자금조달부터 조세라는 강력한 강제력이 바탕이 되며 시한과 절차 엄수가 필수다. 예측 가능해야 하고 예외 인정이 쉽지 않다. 반면 금융은 사적 계약과 상호 신뢰가 우선이다. 경제의 혈관으로의 금융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생명이다. 어제의 환율이 오늘과 다르고 오늘의 금리가 내일과 같지 않다. 항상 변화하며 역동적으로 움직이니 예측도 쉽지 않다.

비록 재정과 금융은 이처럼 다른 점이 많지만 역설적으로 유기적인 조화가 이뤄지면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채 발행이다. 국채는 재정자금 조달의 수단이면서 지표금리를 형성하는 핵심 금융자산이다. 국고채 금리는 성장률·물가·환율 등 각종 거시지표와 정보가 축적돼 시장에서 결정되기에 수많은 채권의 발행과 유통 준거로 활용된다.

민자투자사업도 양자의 조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시장에서 조달된 민간자본과 다양한 금융기법은 각종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공공사업 집행의 바탕이 됐다. 중소기업 진흥, 고용 보호, 무역 진흥을 목표로 설립된 각종 정책금융기관의 재정자금 집행도 금융시장과 긴밀히 보조를 맞춰야만 성공할 수 있는 재정정책이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전성기를 주도한 메디치 가문은 이질적인 당대의 예술·과학·상업·철학이 함께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르네상스를 활짝 열었고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라는 용어의 기원을 이뤘다. 재정정책과 금융시장도 서로의 ‘다름’을 ‘가능성’으로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 재원배분의 메디치 효과를 극대화해나가야 할 때다. 재정은 금융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적극 활용해야 하고 금융은 재정의 안정적 운용과 효율적 집행의 바탕을 이뤄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라는 난제도, 재정 비효율 제거라는 과제도 재정과 금융이 조화를 이루면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발행에 성공한 50년 만기 국고채도 국가채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재정정책 목표와 고령화 시대에 안정적인 초장기 자산을 필요로 하는 금융시장의 수요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조화의 산물이다.

정책금융기관의 자금 집행도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기대어 집행되지 않도록 금융시장의 효율성에 기본을 두고 이뤄져야 한다. 재정자금은 눈먼 돈이 아니며 금융시장을 통해 잠재력을 발굴하는 마중물로 사용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연구개발(R&D) 투자,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일자리 사업도 금융시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효과가 발휘되도록 설계돼야 마땅하다. 재정당국과 금융시장이 긴밀히 교감하며 계속 전진해나갈 때 불확실성의 안갯속에 위험천만해 보이는 정책의 미답지도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가 가득한 개척지로 탈바꿈해 있을 것이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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