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4대 대형은행 가운데 3곳이 지난해 국내대출보다 해외대출을 더 늘렸다. 민영은행인 중국은행의 경우 지난해 해외대출 증가액이 1,662억위안(27조4,780억원)으로 처음으로 국내대출 증가액(946억위안)을 넘어서면서 누적 해외대출액이 전년비 10.6% 늘어난 1조7,000억위안에 달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행의 국내대출은 0.7% 증가에 그쳤다. 중국 1~2위 은행인 국영 공상은행과 중국건설은행도 지난해 해외대출이 각각 26%와 31%씩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1조위안을 웃돌았다고 WSJ는 전했다.
■中은행들 해외 대출 왜 늘렸나
새 먹거리 찾아 수익성 다변화
中정부 ‘일대일로’ 정책과도 보조
중국 대형은행들이 해외대출 규모를 급격히 늘리는 것은 수익성 다변화와 함께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WSJ는 중국 금융당국의 통화완화 정책 지속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온 대형은행들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기 위해 해외대출을 적극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은행의 경우 지난해 해외 부문 수익이 39% 증가해 전체 순익 증가(3.7%)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해외대출은 역내대출에 비해 이자 수익률이 낮기는 하지만 대출과 함께 다른 투자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일대일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대형은행들의 해외대출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행과 공상은행의 지난해 해외대출 금액 가운데 15%는 일대일로 정책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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