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등 주요 5개 기구 수장들은 독일 수도 베를린의 메르켈 총리 공관에 모여 시장개방과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경계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메르켈 총리와 5개 기구 수장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동 성명서도 발표했다.
IMF·WB·WTO는 이와 별도로 ‘무역을 모두를 위한 성장 엔진으로 만들기’라는 이름의 공동 보고서에서 성장 원천인 무역의 역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호무역 고조, 2000년대 초 무역개혁 노력 둔화로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특정 업종의 일자리가 없어진 것은 무역 때문이 아니라 기술적 변화에 큰 원인이 있다”며 보호무역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가 주도한 이날 회동은 세계 189개국 경제관료들과 학자들이 모이는 IMF·WB 춘계회의를 10여일 앞두고 이뤄졌다. 다음달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와 7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도 눈앞에 다가온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모임이 세계 경제의 분기점이 될 주요 행사들을 앞두고 보호무역 차단을 위한 선제 대응 차원에서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미국의 압박으로 공동성명에 ‘모든 보호주의에 대항한다’는 문구가 빠져버린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회의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앞장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책 마련의 성격이 짙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김용 WB 총재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스러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그가 유연하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경제팀이 (생각을 바꾸는) 상황을 만들 것이며 그의 유연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FT는 “자유시장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 아래 이뤄진 이번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 기류가 강화되는 데 위협을 느낀 국제경제기구들이 두려움과 싸우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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