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11일 오전 YTN 라디오에 나와 “안 후보가 국가 간에 이뤄진 협약은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계속돼야 하기 때문에 사드 반대 당론 수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당론을 대선 후보의 말 한마디로 바꾸는 것 역시 또 다른 패권주의라는 비판과는 별개로 민감한 이슈에 대한 잦은 변경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 후보와 국민의당은 사드 도입이 결정될 당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시 사드 반대 입장을 국민의당이 가장 먼저 확정했다며 민주당에도 당론을 밝히라고 요구까지 했다. 안 후보와 국민의당은 당론 변경 이유로 정부가 이미 사드 도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사드 당론 변경에 이어 개성공단 폐쇄까지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사실상 대선 전 보수층 표심을 의식한 급조된 선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대중(DJ) 정신과 햇볕정책 계승을 목표로 한 국민의당은 이로써 사실상 DJ 정신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민주당과 정의당의 비판 목소리도 거세다. 안 후보의 대북 정책을 자문하고 있는 햇볕정책 전문가 김근식 교수도 입장을 변경해 안 후보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김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사드 도입의 문제가 없다는 것도 아니고 개성공단을 영원히 폐쇄하겠다는 것도 아니다”라며 “상황이 변했으니 보다 유연하게 접근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상황이 변한 것은 누가 모르느냐”며 “정당은 일관된 정책으로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반문했다.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의원은 안 후보와 국민의당의 당론 변경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내부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의 대선 후보인 안 후보는 과거에도 야권 인사로서 이례적으로 당 정강정책에서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안 후보가 민주당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할 당시의 일이다. 당시 박지원 대표는 안 후보를 SNS에 상에서 공개 비판 한 바 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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