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오버부킹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리차드 막스 등 유명 연예인까지 동참하는 세계적인 보이콧 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미 교통부(USDOT)는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일요일인 9일(현지시간) 오후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켄터키 루이빌로 향하는 유나이티드 항공 3411편은 이륙 직전 정원이 4명 초과됐다는 사실을 승객에게 알렸다.
항공사 측은 추첨을 통해 정한 4명의 승객에게 800달러와 호텔 하루 숙박권을 제시하며 다른 항공편을 이용할 것을 제안했다. 승객 3명은 비행기에서 내렸지만 나머지 1명은 하차를 거부했다. 중국계 미국인이자 의사로 알려진 이 승객은 “다음 날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항공사 측은 경찰을 불러 이 승객을 강제로 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이 승객은 의자 팔걸이에 얼굴을 부딪혀 입과 귀에서 피를 흘리기도 했다. 일부 탑승객은 “이건 옳지 않다. 이 사람한테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가?”라고 항의했다. 이 승객은 “나는 집에 가야 한다”, “차라리 나를 죽여라”는 말을 반복하다 결국 끌려나갔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다른 승객의 영상과 인터뷰 |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11일 가수 리차드 막스는 “이번 사건은 정말 비현실적”이라며 “나와 함께 유나이티드 항공 보이콧 할 사람?”이라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영화 어벤져스 감독 조스 웨던은 “다른 승객들의 편안함을 위해 우리는 잔혹한 카니발리즘(식인 풍습)에 의지해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흑인 영화감독 메튜 체리는 “유나이티드항공을 이용한다면 의자를 가져가라”고 비꼬았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는 “이번 사건은 트럼프가 만든 환경과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고 일침을 가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유나이티드항공 보이콧을 의미하는 ‘#BoycottUnitedAirlines’, ‘#boycottunited’ 등 해시태그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항공사 측의 알맹이 없는 사과도 논란을 더하고 있다. 항공사 측은 짧은 성명서를 통해 ‘오버부킹이 돼서 죄송하다’고만 했고, 대변인은 한술 더 떠 “우리는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밝혔다. 승객을 강제로 끌고 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피해 등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다.
미국 교통부(USDOT)는 이번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교통부는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승객이 승차 규칙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항공사가 승객을 강제로 내리게 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공정한 우선순위에 따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유나이티드항공이 제휴 항공사 직원 4명을 태우려다 정당하게 항공권을 구입한 승객이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항공사 측은 ‘직원보다 승객이 우선이며, 누구도 강제적으로 하차당할 수 없다’는 공식 약관도 무시했다.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 오스카 무노즈는 “우리 모두에게 화가 나는 사건”이라며 “이 승객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이 상황을 해결할 것”이라며 뒤늦게 사태 수습을 시도 중이다.
한편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과거 인종차별과 성차별로 여러차례 문제가 된 바 있다. 지난 2013년 7월, 유나이티드 항공 스튜어드들이 할로윈 데이에 캘리포니아 공항에서 있었던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를 희화화하는 분장으로 논란이 됐다. 이들은 머리에 피를 분장하고, 가슴에는 아시아나 에어라인이라는 이름과 한국식 이름을 명찰로 달았다.
2015년 5월에는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이 객실에서 콜라를 주문했지만 다른 승객에게는 캔 콜라를 주고 해당 여성에게는 이미 컵에 따라져 있는 콜라를 줬다. 해당 여성은 위생상의 문제를 제기했지만 “음료수 캔은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며 거부당했다.
또 지난 3월 26일에는 레깅스를 입은 여성을 석연찮은 이유로 탑승을 막기도 했다. 당시 다른 남성 승객들은 반바지를 입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여성에게만 복장 문제로 문제삼은 것이다. 이처럼 많은 논란에도 항공사 측은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을 하지 않았다.
/강신우PD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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