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산업의 무게중심이 디트로이트에서 실리콘밸리로 옮겨갔다.”
불과 일주일 전 114년 역사의 포드를 미국 자동차 업계 시가총액 2위 자리에서 밀어낸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가 이번에는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마저 제치고 동종업계 1위로 우뚝 섰다.
테슬라 주가가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전날 대비 3.26% 오른 312.39달러(약 35만8,155원)에 마감해 시가총액 기준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GM을 앞지르면서 디트로이트를 기반으로 한 전통 자동차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이날 시가총액은 테슬라가 515억4,200만달러로 GM(502억1,600만달러)을 13억달러 웃돌았다. 테슬라의 시총은 지난 3일 현재 487억달러를 기록하며 포드(453억달러)를 뛰어넘었다. 테슬라가 2003년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지 14년, 2010년 6월 나스닥에 상장된 지 불과 7년 만에 명실상부 미국의 ‘빅3’ 자동차 업체를 위협하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한 것이다.
최근 테슬라의 주가 급등을 두고 시장에서는 올해 말 출시되는 신차 ‘모델3’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설명이 우세했다.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모델3가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가 단기 급등했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테슬라 시총이 GM을 뛰어넘는 수준까지 올라선 데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테슬라의 성장성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GM이 모델3와 비슷한 가격인 시보레 볼트를 내놓았지만 훨씬 규모가 작고 수익도 내지 못하는 테슬라의 열정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전기차로 업계를 평정하려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비전’을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테슬라가 GM이나 포드와 달리 자동차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병행하면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도 주가를 견인하는 요인이다. 머스크 CEO는 사명을 테슬라모터스에서 테슬라로 바꿔 차세대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뉴욕타임스(NYT)는 “투자자들은 GM에 8년 전 파산 전력이 있다는 데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며 “GM이 지난 역사적 가치에 의존하는 반면 테슬라는 미래가치를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민간 최초로 재활용로켓을 이용해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고 초고속진공열차 사업체인 하이퍼루프원(Hyperloop One)의 국내 노선 구축 계획을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자 투자사들도 목표주가를 변경하고 나섰다. 투자사인 파이퍼재퍼리는 이날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확대로 변경하고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223달러에서 368달러로 65% 높여 잡았다
다만 실적이 아닌 미래가치에 기반을 둔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시장에서는 GM과 포드가 수십억달러의 수익을 낼 것으로 관측되는 반면 테슬라는 9억5,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테슬라가 지난해보다 2만대를 더 생산하더라도 연간 판매량이 10만대에 불과하다”며 “적자기업인 테슬라가 연 1,000만대를 판매하는 GM 시총을 넘어서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테슬라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거품론’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머스크 CEO는 “과거를 토대로 테슬라가 불합리하게 고평가됐다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주가는 리스크와 함께 미래 현금흐름까지 모두 반영한다. 과거가 아닌 미래가치를 보라”며 경계론을 일축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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