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간병전쟁’ 편으로 대한민국 간병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 다가올 노후, 당신의 배우자가 ‘치매’에 걸린다면?
노인성 질환 중 대표적인 질환인 ‘치매’. 국내 치매환자는 약 72만 명이며, 노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로 인한 고통 및 사회적 문제는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들을 간병하는 건 오롯이 가족의 몫으로 남아 있다.
83세 고영순 씨(가명)의 노후계획은 남편의 치매 판정을 받으면서 물거품이 됐다. 밥을 먹이려는 고 씨와 세 살배기 어린 아이처럼 떠먹는 요구르트만 찾는 남편의 실랑이는 일상이 된지 오래다.
남편을 간병하다보니 고 씨도 신장 기능저하 및 허리통증으로 인한 세 번의 수술 등 몸에 이상신호가 왔다. 자녀들이 생활비와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부부의 약값에 모두 쓰고 있는 실정이다.
77세 이수길 씨 역시 알츠하이머 치매환자인 아내를 17년째 돌보고 있다. 아내를 위해 직장까지 그만뒀다. 하지만 간병이 장기화되니 경제적 여유는 급격히 줄고, 자신 또한 두 차례 심장수술을 받으면서 평생 약을 먹어야하는 육체적 한계에도 부딪히고 있다.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간병이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남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막막하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보호자가 아닌 간호사 중심의 간병 체계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우리보다 10년 앞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일본은 1994년부터 사적 간병을 없애며 공적 영역의 시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개인에게 맡겨진 간병, 계속되어도 괜찮은 것인가?
■ 요양기관조차 꺼리는 치매환자들
가족들이 치매환자를 요양기관에 보내는 것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비용’이다. 보건복지부 ‘포괄간호서비스 제도화 방안‘ 자료에 따르면, 환자 및 보호자의 월평균 간병비 부담액은 280만원에 달한다. 설령 비용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자리가 없어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전국 요양병원 중 공립요양병원은 77개소, 그 중 24개소만 치매전문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치매환자는 늘고 있지만 수용 가능한 기관은 부족한 수급불일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 환자는 자리가 나길 기다리거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가의 병원비를 지불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이마저도 선택할 수 없는 경우 역시 허다하다.
제작진이 잠입 취재한 결과, 다수의 요양병원이 치매환자는 관리상 어려움을 이유로 받지 않는다고 했다. 병원이 환자를 고르는 상황이 발생해도 달리 방도는 없다. 결국 요양시설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집에 남겨진 환자를 돌보는 건 또 다시 가족이다.
“치매환자는 안 받아요.” / “1인실이든, 치매공동병실이든 간병비 만원이라도
더 줘야 보지, (치매환자는) 안 봐. 몇 십 년 해봤지만 치매환자가 제일 힘들어요.”
- 요양병원 관계자 INT 中
■ 극단적 선택을 부르는 간병 스트레스
지난 7년 간 만성폐질환과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와 뇌병변 장애 3급인 남편을 동시에 간병해 온 63세 박현옥 씨. 과거 집을 3채나 갖고 있었지만, 집안에 아픈 사람이 2명이니 가계 경제가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보살폈던 남편은 지난 달 세상을 떠나버렸고, 이제 박 씨에게 남은 건 24시간 돌봐야 하는 시어머니와 병원비를 내기 위해 진 빚뿐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간병으로 인해 가족들은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을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부정적 심리상태가 지속되면, 극단적인 경우 간병자살 및 간병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간병에 쏟는 비용 및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환자를 돌봐야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보호자는 경제활동 시간을 줄이거나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는 가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미치는 ‘간병 파산’, 간병하는 보호자의 삶마저 무너트리는 ‘가정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 병폐인 간병을 더 이상 가족에게만 맡겨 둘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 간병 불모지 대한민국, 대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간병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 주도의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를 통해 환자에게 24시간 전문 간호 인력을 제공하는 서울의료원, 그리고 전국에서 두 번째로 고령화가 심각한 경상북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치매보듬마을’ 사업이 그것이다. 두 가지 모두 환자와 보호자 등에게 높은 만족감을 주고 있고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는 간호 인력의 수급 문제로 전체 의료기관의 20% 정도만 제공하고 있고, 마을 공동체 내에서의 도움은 외부와의 관계가 단절된 도심 속 독거노인의 고독사와 자살 등의 문제까지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 ‘노인인구 700만 명 시대’를 맞이한 대한민국, 국가 차원에서의 제도적 지원 및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MBC ‘PD수첩’ 방송화면캡처]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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