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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빠는 딸’ 정소민, 대본을 교과서 삼아 발전한 ‘끼’ 그리고 '소통'

여배우 정소민이 ‘아재’가 됐다. 깨 발랄한 면모에 ‘털털美’ 한 큰 술 얹어 매력이 배가됐다. 데뷔 초 밝고 청순하던 정소민이 점차 진화하고 있다. 특유의 해사함이 다채롭게 변주하고 있는 것. 그렇게 그는 일상에 가까운 캐릭터로 찬찬히 자체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는 중이다.

아빠와 몸이 바뀌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영화 ‘아빠는 딸’(감독 김형협)에서 정소민은 47세 아빠 원상태(윤제문)의 영혼이 들어간, 딸 원도연 역을 맡았다. 겉모습만 고등학생이지 속은 완벽한 ‘아재’인 터라 팔자다리는 기본, 치마가 영 불편해 체육복 바지는 필수다. 8~90년대 아날로그 감성에 취해 통기타를 드는가 하면, 철이와 미애의 ‘너는 왜’ 속 감각적인 안무 소화까지 철철 흐르는 매력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다.

배우 정소민 /사진=조은정 기자




이전에 없던 정소민을 소환시킨 그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스타와 만나 “‘마음의 소리’ 보다 전에 찍은 첫 코미디 작품이에요.”라고 밝혀 취재진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토록 능청스런 코믹 연기가 첫 시도라니.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코미디가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막연하게 ‘너무 재미있겠다’라며 들떴는데, 막상 촬영하려니 너무 막막하더라고요. 제가 채워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코미디를 잘 하시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죠. 치고 빠지는 타이밍 싸움을 잘 하시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제가 아무리 해도 그런 호흡을 단기간에 장착할 수 없겠더라고요.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 재미가 없으면 작품에 의미가 없겠더라고요. 많이 고민 하다가 선배님들처럼 하지 못할 바에야 충실하게 연기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일단 대본대로 열심히 했어요.”

많은 영화들이 그렇듯, ‘아빠는 딸’ 역시 사실, 2년 전에 촬영된 후 올해 개봉으로 빛을 보기까지 꽤 오랜 기간이 걸렸다. 2015년 당시 정소민은 영화 ‘스물’과 드라마 ‘디데이’로 발랄한 20대와 강단 있는 정형외과 레지던트 3년차를 고루 보여줬다. 그 시기에 ‘아재’ 연기까지 했다고 생각하니, 일찍부터 ‘끼’를 눈여겨봤어야 했다. 그 끼는 충실한 작품 분석에서 나왔다.

“남녀로서 바뀐 작품들은 많은데, 딸의 몸과 아빠의 몸이 바뀐 작품은 하나도 없더라고요. 유일하게 참고한 게 원작 드라마였어요. 원작을 보는 게 과연 독일까 고민도 했는데, 일단 봐보니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이틀에 걸쳐서 새벽까지 끊지 않고 봤어요. 저희 영화 대본 자체에 한국 정서와 코미디로 많이 각색이 돼 있었어요. 원작과 차별을 두려 했죠. 따라 가려기보다 저에게 온 대본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아빠는 딸’은 2007년 일본 TBS 채널에서 방영된 7부작 드라마 ‘아빠와 딸의 7일간’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 원작에서 역시 소통하지 못하는 부녀 관계를 고찰하는 설정과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 전반적인 배경과 일상의 디테일은 차이가 있다. 그 속에서 정소민은 한국 아빠들의 전형을 몸소 연기하는 데 이미지 관리도 훅 던져버렸다.

“원래는 팔자 다리가 아니었는데, 얼마나 연습했는지 아직도 팔자 다리 걸음걸이가 좀 남아있어요.(웃음) 걸음걸이를 바꾸는 게 생각보다 힘든 일이더라고요. 그런데 좀 익숙해지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팔자다리) 더 편해지는 거 있죠. 어느 날 현장에서 감독님이 절 보고 ‘내가 소민 씨 앞길 막는 거 아니예요?’라고 농담하면서 웃으시더라고요. 저 자체는 아주 여성스러운 성격은 아니고 털털해요. 취향은 여성스러운데 몸이 바뀐 도연이와 맥이 닿아있기도 해요. 그런데 촬영하면서 여자가 여성스럽지 못한 것과 남자 같은 건 또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우 정소민 /사진=조은정 기자


그 와중에 상대 배우인 윤제문을 모사한 점도 눈에 띈다. 세상에 지칠 대로 지친 만년 과장의 고단함과 윤제문의 기복 없는 표정의 특색을 결합시킨 정소민의 변신에서 예리한 관찰력이 느껴진다.

“처음엔 외적으로 (윤)제문 선배님의 말투와 행동, 자세를 많이 따라했어요. 그런데 자칫하면 단순히 아저씨를 흉내만 내는 걸로 보일 수 있겠더라고요. 잘 연기해봤자 ‘보이시한 여자’까지로 만 보일까봐 행동에서 더 나아갔죠. 아빠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직장의 만년 과장으로서의 고민과 생각, 무게들을 채우고 싶었어요. 제문 선배님 특유의 말투가 있으시거든요. 툭툭 던지듯 시크하면서 만사 귀찮은 듯한 말투요.(웃음) 리딩 할 때도 도연이 대사를 실제 선배님의 말투로 녹음해서 듣기도 했어요.”

윤제문 역시 정소민의 행동패턴을 익히느라 적잖이 노력했다고. 리딩 당시 정소민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많이 듣기도 하고, 행동 표현을 따로 물어보는 등 화면 밖에서도 많은 호흡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그러면 정소민은 여고생 시절을 떠올리며 요즘 세대들이 할 법한 행동을 조언하기도 했다. 극 중 도연의 영혼이 들어간 상태가 핸드폰을 뺏기자 ‘힝~’ 토라지며 얼굴을 가리고 주저앉는 모습은 윤제문 연기 인생에서 가장 반전인 면모다.



이 같은 두 배우의 완벽 변신이 돋보일 수 있었던 데는 현장에 충실한 정소민의 노력이 큰 몫을 차지했다. 정소민은 김형협 감독으로부터 ‘열정적이고 영리한 배우’라는 칭찬을 들었다는 후문이다. “촬영 전부터 제가 감독님을 굉장히 많이 귀찮게 했어요. 이런저런 해결법도 많이 묻고 감독님께 레퍼런스 자료도 많이 요청했죠. 촬영할 때도 대화를 많이 했고, 소통을 많이 한 현장이었어요.”

아빠의 영혼이 깃든 딸 도연을 ‘아재’스레 연기했다면, 그 직전에는 영락없이 보통의 여고생 모습을 보여준다. 공부보다는 학교 선배에 무한히 관심 있고, 아빠와는 말과 빨래까지 섞기 싫어하는 사춘기 소녀. 그런 도연과 실제 정소민의 청소년 시기는 어느 정도 일치할까.

“실제로도 도연이와 비슷했던 딸이었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딸이 사춘기 때 아버지를 어려워하잖아요. 결코 싫어서가 아닌데, 도연이는 그게 싫은 지경까지 간 것 같았어요. 저도 대학교 때까지는 아빠가 많이 무서웠어요. 그래도 지금은 아빠랑 친하게 지내게 됐죠. 아버지도 많이 유해지셨고, 저도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배우 정소민 /사진=조은정 기자


사춘기 때 했던 최고의 반항을 물으니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며 풋 웃음을 짓는다. “엄마가 말씀하시길, ‘네 동생은 자잘하게 사고를 치는데, 너는 왜 이렇게 크게 사고를 치냐’ 하시더라고요. 저는 교복을 줄이거나 화장을 한 건 아니었는데, 가만히 공부하다 갑자기 무용을 하겠다고 하고 또 조용히 있다가 연기를 하겠다고 폭탄을 던졌죠. 무용도 제가 우겨서 했는데 연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많이 반대하셨어요. 주변에 전혀 예술 계통인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렇게 열정적으로 몰아붙여 시작한 연기다. 그래선지 나날이 흥미롭고, 하면 할수록 욕심이 나 스스로 알아서 더 배우려든다. 2010년 드라마 ‘나쁜 남자’ 주연으로 데뷔해 ‘장난스럼 KISS’,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빅맨’, ‘디데이’, ‘마음의 소리’, 영화 ‘스물’, 그리고 현재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까지 수많은 주연을 거쳤음에도 정소민은 지름길을 택하지 않는다. 그의 교실은 현장, 교과서는 대본, 선생님은 수많은 배우들이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연기인 것 같아요. 데뷔 때는 뭣도 모르고 연기했다면, 이제는 생각도 많아지고 시각이 넓어진 만큼 숙제도 배로 많아지는 것 같아요. 주변에 있는 모든 분들이 저에게 도움을 주세요. 배우로서나 사람으로서요.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게 배우로서 성장하는 것과 맞물리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그 가운데 아무래도 가족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죠.”

“제가 언제 또 남자, 아저씨, 아빠, 과장 연기를 동시에 해보겠는가라는 것만 놓고 봐도 ‘아빠는 딸’은 얻은 게 너무 많고 소중한 기회였어요. 정말 다채로운 캐릭터라 생각해요. 그런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많은 걸 얻은 것 같아요. 원상태라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이해해보면서 실제 아빠를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배우 정소민 /사진=조은정 기자.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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