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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앤 워치] 트럼프의 '장사꾼 본색'

환율조작국 지정 공약 철회 등

노회한 '밀당기술'로 習 설득

中 결국 북 핵포기 압박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통상압박을 완화하는 대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공조를 얻어내는 등 ‘장사꾼 본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국제 정세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며칠 전까지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국을 쉴 새 없이 몰아치던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핵 문제 해결을 “돕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중국은 환율조작국이 아니며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중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와 북핵 해결의 맞교환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란한 ‘밀당의 기술’에 밀린 중국은 북한에 대해 핵 포기 설득에 나서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몇 개월간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다”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던 자신의 공약을 사실상 철회했다. 지난달까지도 중국이 환율조작으로 엄청난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고 압박했지만 북한 이슈라는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해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는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 해결을 도와주면 무역협상에서 양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과 회유에 중국의 대북 기조는 확연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최근 북한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 오던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13일 사설을 통해 “북한이 중국과 함께 핵 포기와 개방을 추진하면 정권붕괴 위협 없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며 핵 포기 설득에 나섰다.

[11면 계속]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는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부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정책 등 그동안 주요 이슈들에 관해 밝혀온 입장들을 줄줄이 철회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워싱턴 기득권 정치의 폐해 중 하나로 비판했던 공약 불이행 이유에 대해 “지금 지정하면 북한의 위협과 관련한 중국과 대화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면서 안보 문제를 내세웠다. 그는 또 이날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취임 직전 ‘쓸모없다’고 했던 나토에 대해 “나토가 더는 쓸모없지 않다”며 입장을 180도 바꿨다. 시리아 사태를 둘러싸고 한때 우호적이었던 러시아와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닛 옐런 연준 의장과 연준의 저금리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로 돌아섰다. 그는 지난해 대선 직전까지 옐런 의장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편다며 중앙은행 총재가 독립성을 상실했다고 강력히 비난했지만 이날 인터뷰에서는 “솔직히 털어놓으면 나는 저금리 정책을 좋아한다”고 말을 바꿨다. 옐런 의장에 대해서도 “좋아하고 존중한다”며 재임명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밖에 지난 대선 기간에 비판한 수출입은행의 역할도 치켜세웠다. 그는 미국 수출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수출입은행 덕분에 “중소기업이 실제로 도움을 받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경제·안보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데 대해서는 백악관 입성 후 ‘현실정치’에 맞게 정책노선을 수정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사업가 출신답게 정책 추진의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실’이 크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궤도를 수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표를 얻기 위해 내놓은 반(反)이민 행정명령이나 건강보험 법안인 ‘오바마케어’ 폐지 등 주요 공약 실행이 잇따라 좌절된 상황에서 무리한 정책을 강경 일변도로 밀어붙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트럼프 정권 인사들이 깨달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디로 튈지 모를 ‘아웃사이더’ 정책에서 주류 정치권의 정책노선으로 빠르게 접근하며 애초에 실행하기 어려운 공약들을 조기에 손보려는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이 일관성 없고 충동적으로 외교·통상 문제에 접근하는 데 대한 불안과 혼란이 초래되면서 그의 리더십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일관성 없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표변하는 듯한 트럼프의 정책이행 스타일은 시장과 주변국을 극도로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 정책과 의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와 관련해 신인도가 높은 옐런 의장의 연임 가능성에 기대를 보이면서도 시장 혼선에 대한 우려와 트럼프 정부의 연준 흔들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불안을 내비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대표 공약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도 이날 환경영향평가 등을 요구하는 환경단체의 반대 소송이 처음 제기돼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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