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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집단사고의 함정, 그리고 대선

박태준 건설부동산부장

서경펠로들 대선공약 진단해보니

"기업정책, 분배 함몰...성장은 없어"

다양성 대신 집단사고 그늘 비쳐

폐쇄적 국정운영땐 참사 반복 우려

소통 중시하는 열린 자세 취해야





지난 1961년 4월 미국, 취임한 지 3개월여가 지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특별자문위원회가 피델 카스트로의 정권 전복을 위해 쿠바 침공을 결정한다. 유명한 ‘피그스 만 침공’ 사건이다. 쿠바에서 망명한 1,400여명을 훈련시켜 감행한 이 작전은 쿠바 정부군에 격퇴당해 철저히 실패했고 이듬해 쿠바의 미사일 위기를 불러온다.

케네디 대통령조차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고 후회했다는 이 사건을 계기로 ‘집단사고(groupthink)’ 연구가 시작돼 이론으로 확립됐다.

우리는 가끔 ‘저렇게 똑똑한 개인들이 모인 집단이 왜 저런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리고 또 그대로 행동할까’라며 의아해한다. 그것이 바로 집단사고다.

예일대의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가 그의 저서 ‘집단사고의 희생자들’(1972, 1982 개정판)을 통해 개념을 정리했다. 재니스의 연구에 따르면 집단의 응집력이 강하고 리더의 성향이 폐쇄적일수록 집단사고의 위험이 커진다고 한다. 내부에서 제기되는 다른 견해를 쉽게 무시하고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으려는 경향이 짙어지기 때문이다.

또 그런 집단에는 마인드가드(mindguard)가 존재한다. 집단 내에서 소수 의견을 내려는 자들을 사전에 ‘제압’해 리더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마인드가드의 역할이다.

이후 학자들은 린든 B 존슨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일어난 베트남전 확산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 등도 집단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했다. 박근혜 전 정권이 4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 국정농단 사건도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한 폐쇄된 집권세력이 빚어낸 집단사고의 전형이었다고 평가될 것이다. 청와대 내부에는 마인드가드만이 들끓었다.

그렇게 장미대선이 시작됐고 각 당의 후보가 확정돼 본격적인 레이스가 진행 중이다. 각 캠프들이 보다 구체화 된 부문별 공약을 공개하며 집권 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정권을 잡기 위해 온갖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지금이 대통령을 꿈꾸는 후보들과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정당들이 집단사고를 철저히 경계해야 하는 때라는 점이다. 끊임없는 소통과 수용이 건강한 다양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각 후보들이 쏟아내는 공약 속에 집단사고의 그늘이 비친다.

서울경제신문 자문단인 ‘서경 펠로’는 주요 대선후보들의 기업 정책에 대해 “분배에만 함몰돼 있고 성장 공약은 빠져 있다”고 진단(★본지 4월5일자 1면 참조)했다. 각 캠프에 구름처럼 몰려든 똑똑한 인사들 중 누구도 분위기에 눌려 성장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애써 무시되기 때문은 아닐까.

이뿐만 아니다. 대기업을 개혁의 대상으로 놓는다면 기업 정책의 틀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을 놓고 ‘관 주도’냐 ‘민 주도’냐로 싸울 때 정책의 확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쩌면 집권을 위해 안팎으로 열린 자세를 취해야 하는 지금이 집단사고에서 벗어나 다른 의견과 고언을 수용하고, 국정 운영의 기본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래야 집권 후에도 큰 그룻의 정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1995년 6월29일 오후5시50분께 서울 서초동의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내렸다. 무려 502명이 사망했고 937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로 기록됐다. 사고 원인은 부실 설계와 공사, 준공 후에도 계속된 무리한 증축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수많은 인명피해의 원인은 사고 당일에 있었다. 며칠 전부터 벽면에 균열이 발생하며 붕괴의 조짐을 보였고 29일 아침 5층 천장이 무너졌다. 하지만 그날 오전 경영진은 회의를 열고 영업중단 없는 보수 공사 결정을 내렸다. 회장의 친인척들로 구성된 경영진 중 누구도 영업중단을 건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집단사고가 빚어낸 대참사였다. 대한민국의 리더가 되려는 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사건 중 하나다. /ju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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