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특별검사법에서 정한 기한인 기소 후 3개월 안에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방대한 자료와 치열한 법정 공방으로 최대 구속기간인 6개월 내 1심 판결도 빠듯한 실정이다. 이달 말 1차 구속기간 연장 결정이 불가피한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핵심증거를 찾지 못한 채 증인·증거 숫자만 늘려 신속한 재판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전직 고위임원 4인의 뇌물공여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오는 28일까지 이 부회장 구속기간을 1차 연장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이 부회장의 구속기간은 기소일인 지난 2월28일부터 2개월이 기본이지만 법원이 2개월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김 부장판사는 13일 공판에서 “지금처럼 주 2회 재판을 하다가는 특검법 기한은 물론 구속기한을 맞추기도 어렵다”며 당장 다음주부터 주 3회 공판을 결정했다.
이미 법조계는 이 부회장의 1심 선고가 특검법이 정한 기한인 5월 말까지 내려지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자칫 최대 구속기한인 8월28일을 넘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 날짜를 넘기면 이 부회장은 구치소에서 나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는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은 구속기한을 넘겨 재판하는 상황은 피하려 한다”며 “이 부회장 재판부가 주 3회 재판을 결정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뇌물공여의 핵심인 부정한 청탁과 대가의 증거를 못 찾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무리하게 수사를 벌이다 보니 ‘전국경제인연합을 통한 기업들의 정책건의’처럼 혐의와는 동떨어진 부분까지 증인·증거를 제시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김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이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를 미리 알고 승마·동계스포츠영재센터·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지원을 뇌물로 활용하려 했는지 입증할 내용을 요구했지만 특검 측은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검이 14일 3회 공판에서 공개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진술조서도 마찬가지다. 최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25일 대통령 독대를 마친 뒤) 승마 지원에 대해 대통령에게 왜 야단을 맞아야 하느냐고 질책했다”면서 “(자신은) 그해 8월3일이 돼서야 최씨의 딸 정유라씨와 승마 지원이 관련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이 정씨의 존재를 몰랐다는 취지다. 최 부회장은 또 “정씨 지원 의사결정은 내가 했다”며 “이 부회장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최순실 스캔들이 불거진 지난해 8월 이후에 이 부회장에게 정씨의 존재를 보고했다는 게 최 부회장 진술이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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