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의 환율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중국에 대해서도 관찰대상국 조건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당선되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했지만,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사실상 백지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12일 “중국은 최근 몇 개월간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환율조작국이 아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지금 지정하면 북한의 위협과 관련한 중국과 대화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며 무역보다 북핵 해결을 우선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한 바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과 중국을 포함해 일본, 대만, 독일, 스위스 등 6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했다. 미 재무부의 환율 조작국 기준은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200억 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3% 초과) △지속적 일방향 시장 개입(GDP 대비 순매수 2% 초과) 등 3대 요건이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의 해외민간투자공사 신규 자금 지원과 조달 참여가 금지되며, 추후 무역협상 개시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사항에 포함된다.
한국의 경우 3대 요건 가운데 대미무역흑자와 경상흑자 두 조건만 충족해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은 대미무역흑자(2016년 3,470억 달러) 요건만 충족했지만, 지난해 4월 경상흑자 등 2개 요건이 충족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됨에 따라 또 관찰대상국에 지정됐다. 미국은 한번 관찰대상국에 지정하면 최소 2번까지 연속해서 보고서상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한다. 미 재무부는 한국에 대해 △외환시장 개입은 예외적인 상황으로 제한할 것 △외환정책의 투명성 제고 △충분한 재정 여력을 활용한 내수 활성화 추진 등을 권고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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