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글로벌이 설립한 ‘코오롱하우스비전’은 지난 2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 ‘커먼타운(Common Town)’을 선보였다. 커먼타운은 다세대, 빌라, 오피스텔 등 기존 재고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집주인과 계약을 맺고 임대주택으로 개발한 다음 코오롱이 임대운영까지 맡아 하는 사업이다. 커먼타운은 현재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과 압구정동, 코엑스 인근에서 3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주로 20대부터 40대 초반의 여성들이 입주해 살고 있다. 별도 광고나 홍보 없이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통해서만 알리고 있지만 압구정동에 위치한 커먼타운은 이미 입주가 완료됐으며, 서래마을과 코엑스점도 50% 정도 입주가 끝날 정도로 빠르게 입소문이 나고 있다.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배려한 서비스와 인테리어 등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이유로 보인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과거와 달리 주택 ‘소유’보다 ‘거주’를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고, 1~2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커먼타운과 같이 특정 계층이나 집단을 타깃으로 하는 임대주택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게다가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지는데다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다양한 수요들이 생기면서 주택 시장의 세분화와 다양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임대주택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롯데자산개발의 박정대 주거운영사업팀장은 “이미 2012년에 짧게는 5~6년, 길게는 15~20년 안에 기존 분양 중심의 주택 시장이 임대주택 중심으로 바뀔 것을 예상하고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는 인구 및 가구 수의 변화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총 인구는 2015년 5,101만명에서 2065년에는 4,302만명으로 15.7%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전체 가구 수는 2015년 1,901만가구에서 2045년에는 2,231만가구로 17.4% 늘어난다. 인구 감소는 주택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이지만 이보다 더 빠르게 가구 수가 늘어나면서 주택 수요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인 가구는 2015년 518만 가구에서 2045년에는 809만 8,000가구로 56.2% 늘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거주를 희망하는 비중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최근 서울시에 거주하는 1,680가구를 대상으로 향후 주거이동 의향을 조사한 결과 20대 중 57.8%는 임대주택 거주를 희망한다고 밝혔으며, 분양주택을 구입하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7.5%에 불과했다. 30대는 임대주택 거주를 희망한다고 밝힌 응답자가 45.2%, 분양주택 구입 의사를 밝힌 응답자는 21.6%였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임대주택으로 옮기겠다고 밝힌 응답이 11.9%에 불과했다. 젊은 층으로 갈수록 임대주택 선호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연대중 코오롱하우비전 커먼타운 사업팀장은 “소비자들의 세대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며 “정규직이 감소하고 결혼 선호도가 줄어드는 등 새로운 세대가 주거 시장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주택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새로운 세대는 직장이나 학교 등 생활환경과 개인적 취향에 따라 수시로 임대주택을 옮겨 다니는 ‘주거 노마드(nomad)족’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임대주택 ‘리마크빌’을 운영하고 있는 KT에스테이트에 따르면 대부분의 임차인들이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있다. 커먼 타운도 주거 이동성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모든 임대주택의 보증금은 150만원, 공과금은 7만 9,000원으로 고정하고, 월세만 차이를 두고 있다. 임차인들이 생활환경의 변화에 따라 쉽게 주거 시설을 바꿀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소비자들의 주거 이동성이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 임대주택 시장에서는 이들을 잡기 위한 사업자들의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와 달리 집을 짓기만 하면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며 “예전 같은 통일되고 획일화된 주택 시장이 아닌 수요자 맞춤형 주택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