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 그라시움 피(분양권 프리미엄의 속칭)가 많게는 7,000만원까지 붙었어요. 투자자 관심, 뜨겁죠. 지방에서도 물건 보러 올 정도니까요. 앞으로 오를 일만 남았으니 하루라도 빨리 사는 게 돈 버는 일입니다.” (강동구 A공인중개사무소)
지난 14일 찾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 재건축 현장.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도 일대 부동산 시장은 고덕 그라시움의 전매제한 해제를 나흘 앞두고 분양권 가격 문의나 매수·매도 시점에 대한 관심들로 열기가 가득했다. 단지와 가까운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근처 공인중개사사무소에는 직접 문의를 하려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고덕주공 2단지를 재건축해 전용면적 59~127㎡, 총 4,932가구를 대규모로 조성할 계획으로 지난해 10월 분양한 고덕 그라시움이 오는 18일부터 전매제한이 풀린다.
일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에 따르면 고덕 그라시움 분양권에는 이미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상태다. 매물 면적에 상관없이 3,000만~7,000만원의 웃돈 시세가 현재 만들어졌으며, 양도세 등의 부담은 매도자가 책임지는 조건이다.
상일동 B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추후 투자가치 등을 고려해 전용 59㎡, 84㎡ 등 중소형에 대한 관심이 많다”면서 “중소형 면적에 로열층 배치 등 조건이 추가되면 많게는 7,000만원을 넘어서 시장에 나온다”고 귀뜸했다. 지난해 일부 ‘떴다방’ 등이 만든 1,000만~3,000만원의 시세와 견줬을 때 가격은 계속해서 오를 거라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고덕 그라시움의 전매제한이 풀리기도 전부터 이렇게 높은 웃돈이 따라 붙은 건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및 고덕역과 인접한 ‘더블 역세권’ 입지, 5,000가구에 육박하는 대단지인데다 고덕지구의 개발 호재가 추후에도 가격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 고덕강일공공주택1지구(고덕동 345번지 일대) 내에는 ‘고덕상업업무 복합단지’ 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계획대로 개발이 끝나면 대규모 복합 쇼핑센터, 호텔, 비즈니스 시설 등이 들어선다.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런 이유를 들어 “앞으로 고덕지구는 지금의 송파구 잠실과 같이 서울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는 지역이 될 것”이라며 “최초 분양가가 8억원대였던 그라시움 전용 84㎡가 10억원을 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시장의 뜨거운 관심 탓에, 매도자들이 매물을 걷어 들이는 움직임도 일부 눈에 띈다. D공인중개사는 “분양권을 팔려고 내놨다가도 막상 매수자가 나타나면 조금 더 있다가 다시 얘기하자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매도자가 최근 많이 늘었다”면서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있어 매도자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전매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아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단속망을 피해 조심스럽게 거래를 진행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매물을 빨리 확보해 더 큰 이윤을 남기려는 의도에서다. 실제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그라시움 매물은 늦게 살수록 손해가 크다”며 “추가 행정절차는 다음주 넘어서 하면 되고 지금 계약을 진행하라”고 권유했다.
다만, 이 같은 분위기가 ‘거품’이라는 지적도 일부에서는 제기하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는 건 다 아는 사실”이면서 ”지난해 11·3 대책 이전의 모습을 생각해 분양권 투자에 나섰다간 큰 실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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