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지난달 발간한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5명으로 세계 224개국 가운데 220위였다. 고령화도 가파르게 진행돼 경제·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성장잠재력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가구예측에 따르면 2045년에는 독거노인 가구가 전체 1인 가구의 절반에 육박하게 된다. 정부가 수시로 관련 회의를 열고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이런 위기감 때문이다.
5기 위원회 회의에서도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우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합해 지난해보다 8%가량 늘어난 43조여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만도 3,600개가 넘는다. 수치만 봐서는 당장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들이는 돈만 불어났을 뿐 내용은 과거 대책의 연장선에 머물러 있다. 대대적인 아빠 육아 캠페인 추진, 저출산 극복 전국 사회연대회의 활성화 등이 추가된 정도다.
새로운 대안도 아니고 절박감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부처별 생색내기, 예산 퍼주기나 이벤트식이라면 결과는 뻔하다. 지난 2006년부터 150조원을 쏟아붓고도 출산율은 좀체 나아지지 않는 답답한 현실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 이제는 무작정 예산을 늘리기보다 제대로 쓰였는지 따져본 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대로 된 성과 하나라도 내야 한다. 무엇보다 저출산·고령화는 주거·교육 등과 얽혀 있는 만큼 종합적인 접근을 해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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