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장미대선’에서 5당 대선주자들의 승패를 가를 결정적인 경제 문제는 ‘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적극적으로 투표 의향을 밝힌 유권자의 34.2%가 일자리 창출을 핵심 경제 현안으로 꼽아 표심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각 대선주자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재벌 개혁’을 꼽은 비율은 12.8%에 불과해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노년 모두 ‘일자리’가 1순위=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5~16일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34.1%가 ‘일자리 만들기’를 다음 대통령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경제 문제로 지적했다. 실업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거시적인 정책보다는 당장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실업률은 4.2%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포인트 줄어들었지만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다.
취업이 눈앞에 닥친 나이일수록 ‘일자리’를 더욱 중요한 현안으로 내세웠다. 은퇴 이후 제2의 삶을 고민해야 하는 60세 이상과 50~59세의 46.4%, 35.2%가 ‘일자리 창출’을 1순위로 꼽았다.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19~29세도 29.3%가 일자리 문제를 선정했다. 이 밖에 △30~39세 27.1% △40~49세 28.5%를 각각 기록했다.
직업별로는 주부의 47.4%가 일자리 해결이 시급하다고 꼽는 등 다른 직업군에 비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학생 역시 30.5%를 기록했다. 주부와 학생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원하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구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에 해당한다. 산술적으로 두 직업군의 비율을 더하면 77.9%가 일자리의 중요성을 지적한 셈이다. 실제로 지난달 구직단념자 수는 46만7,600명으로 3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숨은 실업자’로 분류되는 구직단념자들이 구직 활동을 시작하면 통계상 실업자로 분류된다.
일자리 창출은 정책 이슈 중 표심을 자극하는데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 투표층 중 일자리 창출을 꼽은 비율은 34.2%에 달한다. 소극적 투표층에서도 32.7%가 일자리라고 답했다.
정치·사회·안보 등 모든 이슈를 합했을 때도 일자리가 32.1%로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로 선정됐다. 뒤를 이어 △정치개혁 29.8% △안보 25.1% △저출산 10.2% △모름·무응답 2.9% 순으로 집계됐다.
◇재벌개혁은 12.8%…복지 확대 요구가 가장 낮아=경제현안 중 ‘일자리 만들기’ 외에 △양극화 해소 20.6% △중소기업 육성 20.4%로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각 당 대선후보들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대·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격차 감축과 비정규직 격차 해소 등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반면 재벌개혁과 복지 확대는 각각 12.8%, 9.8%에 그쳤다. 일자리 등 1차적인 가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벌개혁에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더해 실행력 없이 대선 때마다 반복되는 재벌개혁 ‘공(空)약’이 기대감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지지후보별로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지지층 중 20.1%가 재벌개혁을 요구했으며 뒤를 이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세력의 18.2%가 꼽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15~16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이번 조사는 2017년 3월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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