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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상황 피하자"…美, 中과 공조 속 사드배치도 속도조절 시사

美 대북 압박 군사적 조치보다 정치·경제에 초점

中, 北 추가도발땐 송유관 차단 최후카드 가느엇ㅇ

北 "할테면 해봐라" 메시지...레드라인 넘을지 주목

북한이 추가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중국의 잇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16일 새벽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하며 한반도의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6차 핵실험’ 카드는 보류하면서도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방한 일정에 맞춘 도발행위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내심을 실험하고 나선 모양새다. 미국과 중국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전화통화로 한반도 문제를 협의하는 등 북미 군사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대북 압박을 위한 공조를 모색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미국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완료 시점도 늦추겠다는 방침까지 내비쳤다. 다만 북한이 핵실험 강행으로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북한과 미중 간 아슬아슬한 공방의 균형이 깨지면서 사태가 예측 불가능한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압박과 개입’ 극대화…군사행동은 후순위로=북한의 ‘실패한’ 도발에 일단 미국은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나아가지 않도록 한반도 근해에 니미츠 항공모함을 추가 투입하고 대북 군사 옵션을 계속 협의하고 있다. AP통신 등은 미 해군 제7함대가 칼빈슨 항공모함에 이어 니미츠 항모 전단을 서태평양 해역으로 이동시키고 있으며 주일미군은 스텔스 전투기인 F-35B에 대한 폭탄 탑재 훈련에 나서는 등 대북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부 고위관계자는 14일(현지시간) 펜스 부통령 방한에 앞서 “북한에 대한 군사 옵션을 검토해왔으며 펜스 부통령이 이를 한국과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북핵 해법을 일단 정치·경제적 압박 극대화에서 찾을 방침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트럼프 정부가 ‘압박과 개입의 극대화’로 대북 정책을 결정했으며 군사적 조치보다는 경제·정치적 제재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가 한반도의 ‘비핵화’라며 일각에서 거론됐던 ‘김정은 체제 전복’이라는 목표는 보류했음을 시사했다. 다만 제재 효과가 미미하거나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시리아 공습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인 군사 행동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中, 대북 공개 압박 돌입 속 물밑 협상 가능성도=한반도 정세 급변을 원하지 않는 중국은 미국의 대북 압박에 보조를 맞추는 한편 북한과 고위급 담판을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병행하려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배제에 이어 한반도 사드 배치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대북 공조를 위한 양보 태세를 보이면서 중국의 대북 압박 수위도 높아졌다. 중국의 공개적인 대북 압박 조치는 북한의 열병식 행사를 전후로 두드러진다.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의 베이징~평양 항공노선 운행 중단과 중국 내 대북 여행상품 판매중단 조치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대북 여행상품 판매중단은 원유 공급 중단이라는 최후의 압박 카드를 앞에 두고 북한에 보내는 마지막 사전경고 조치라는 목소리가 크다. 이 같은 경고에도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ICBM 발사에 나선다면 중국은 북한의 경제력을 일시에 마비시킬 수 있는 송유관 차단이라는 최후 압박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미 간 무력충돌이라는 극한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북한과 물밑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과 홍콩 동망 등은 중국 당국이 북한과 외교 채널을 통해 경제적 이익과 안전 보장, 3년 시한을 둔 핵무기 폐기 등 세 가지 의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北, “기싸움 밀리지 않겠다”…‘레드라인’ 넘어설지가 관건=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감행이 미국을 향해 ‘할 테면 해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도 펜스 부통령 방한 시기(16~18일)에 추가 도발을 한 만큼 당장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전직 외교·안보 고위관료는 “북한은 미국이 실제로는 군사적 대응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성급히 서방과 대화하기보다는 개발의 최종 단계에 있는 핵과 ICBM을 완성부터 해놓자는 게 북한의 의중”이라고 분석했다. ‘벼랑 끝 전술’로 대화 주도권을 잡으면서 핵과 ICBM을 완성할 시간을 벌려고 한다는 것이다. 중국 CCTV는 북한이 15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열병식에서 개량된 무기체계를 과시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북한에 대해 군사 압력을 가중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무력시위를 통해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오는 25일 인민군 창건 85주년을 전후로 또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이달 안으로 ICBM 1단 추진체가 성공적으로 시험발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뉴욕=손철특파원 맹준호기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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