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분야에서 ‘찰떡 공조’를 과시해온 미국과 일본이 경제 분야에서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며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18일 처음으로 개최된 미일 경제대화에서는 대일 무역 적자 완화를 목표로 일본을 압박하는 미국과 이를 방어하며 시간 끌기에 나선 일본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날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경제정책, 인프라 및 에너지 분야 협력, 무역 및 투자 규칙이라는 세 가지 분야를 주제로 미일 경제대화를 가졌다. 양국의 경제대화는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개최에 합의한 후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
아소 부총리는 대화 시작에 앞서 펜스 부통령과 손을 마주 잡고 “마찰은 먼 과거가 되고 있으며 지금은 협력의 시대”라고 기대감을 표했지만 첫 담판은 탐색전에 그쳤다. 미국의 대외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숨은 실세’ 케네스 저스터 미 대통령 부보좌관의 참석이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발된데다 일본이 민감한 현안에 대해 방어적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양국은 연내 제2차 경제대화를 개최하기로 합의했지만 앞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가 도출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흘러나온다.
미국 측 대표로 나선 펜스 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양자 협정이 미국에 있어서는 최선”이라며 경제대화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대신할 새로운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의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일 무역 적자 개선 방안으로 다자에서 양자로 미일 통상협정의 틀을 전환하고 농축산물·금융 등의 주요 시장을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아소 부총리는 양자협정에 대한 언급은 자제한 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양국이 주도하는 무역질서를 확립하자는 의제를 제시해 상호 합의를 이뤘다고 공동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중국을 겨냥한 이러한 의제 설정이 미일 FTA에 관한 논의 전개를 피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의 대일 무역 적자 원인으로 지목된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엔저·강달러 문제는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기간에 맞춰 잡힌 20일(현지시간) 므누신 장관과 아소 부총리의 양자회담에서 본격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통상·환율 이외에 에너지, 인프라 투자 등의 의제에서는 양국 간에 상당한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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