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대 대통령선거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각 당 후보들의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대변인들도 있는 힘껏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공방전에 고소·고발도 잇따르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적폐 세력의 지지를 받는 후보’라고 칭한다. 이달 초에는 안 후보 측이 지역 행사 후 촬영한 기념사진을 두고 “함께 서 있는 인사들이 전주 지역 조폭과 관련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안 후보의 부인이 국회 보좌진들에게 사적인 일을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과한 것을 두고도 문 후보 측은 “사과문에서도 특권 의식과 갑질 본능이 드러난다”고 쏘아붙였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지지단체 ‘더불어희망포럼’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을 물고 늘어졌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은 단체가 당내 경선과 예비후보 선거운동에 개입한 것은 “3년 이하 징역 등으로 처벌되는 중대범죄”라며 “여론조작에 나설 정도로 다급했던 모양인데, 이런 구태·불법정치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말했다.
두 후보 양측의 신경전은 법정 공방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이다. 문 후보 측은 아들 준용 씨의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공세를 두고 안 후보와 국민의당 인사들을 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문 후보의 유은혜 수석대변인은 “대선 개시일 전에 안 후보의 당선을 돕고 문 후보를 낙선시키려고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안 후보 팬카페 관리자 등 19명을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홍트럼프’라는 별명에 걸맞게 각종 어록을 남기고 있다. 홍 후보는 19일 국민의당 손학규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를 향해 “이번 선거가 끝나면 해남 토굴로 가서 또 정치쇼 하지 마시고, 광명 자택으로 가셔서 조용히 보내시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남자가 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하는 일이 있다”고 말해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상대적으로 표현이 점잖은 편이다. 다만 유 후보 본인과 달리, 대변인들은 거친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 지상욱 대변인은 지난 9일 “형사피고인 홍준표 후보는 당장 후보직을 사퇴하고 학교에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부를 더 하라는 취지였지만, 홍 후보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점을 염두에 두고 감옥의 은어인 ‘학교’라고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기재 대변인도 같은 날 경상남도지사에서 물러난 홍 후보를 두고 “야반도주” “핫바지 도지사”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썼다.
각 후보 진영의 거친 표현에 지지층은 ‘사이다’처럼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지만, 일반 유권자들은 ‘품격 없다’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박신영인턴기자 s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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