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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옥주현·박은태, 아련한 사랑에 젖는 시간(종합)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손에서 영화로 태어나, 많은 관객들을 아련한 사랑에 빠뜨렸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뮤지컬로 돌아왔다. 국내 최고의 뮤지컬 배우 옥주현과 박은태의 손끝에서 가장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로맨스가 펼쳐진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프레스콜이 19일 오후 서울시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하이라이트 시연이 끝난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 자리에는 김태형 연출을 비롯해 배우 옥주현, 박은태, 이상현, 김민수, 김나윤(김희원), 유리아, 김현진, 송영미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 박은태, 옥주현이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프레스콜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미국 아이오와 주의 한 마을에서 한적한 삶을 살고 있던 주부 프란체스카와 촬영 차 마을을 찾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 두 아이의 엄마인 프란체스카는 예고 없이 찾아온 사랑 앞에서 여자이고 싶어 하는 내적 갈등을 겪고, 그런 프란체스카의 선택을 끝까지 존중하려는 로버트의 애달프고도 따뜻한 마음이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먼저 말문을 연 김태형 연출은 “새 사랑을 선택할 것인지 책임과 의무를 선택할지 그렸다. 프란체스카가 새롭게 찾아온 사랑과 그동안 지켜온 가정 사이에서 마주치는 선택과 갈등, 고민을 보면서 관객들도 자기 삶과 여러 부분에서 비교할 수 있는 공연이다. 그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답고, 또 간결하면서도 감정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고 의도를 밝혔다

아름다운 이탈리아 여성 프란체스카 역에는 옥주현이 캐스팅됐다. 자애로우면서 밝고 재미있는 성격의 소유자다. 옥주현은 “이 작품을 처음 한다고 했을 때 해오던 것과 많이 다른 성격의 작품이라 물음표를 갖고 계신 분들이 주변이 많았다. 오히려 그래서 하고 싶었다”고 작품 선택 계기를 밝혔다. 이어 “전형적인 대형 뮤지컬을 그간 많이 해왔다. 저를 믿고 제 무대를 찾아주시는 관객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심도 있고 진중하고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진짜 이야기를 무대에서 들려드리고 싶었고, 운이 좋게도 이런 작품을 만났다”고 소감을 전했다.

확실히 프란체스카는 지금껏 옥주현이 맡은 인물과 다르다. 때문에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도 마음가짐이 새로웠을 것. 옥주현은 “지휘를 겸하시는 양주인 음악감독님은 지휘자 중 노래를 가장 잘하시는 분이다. 그 분에 저에게 진성이나 센 소리를 많이 안 썼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따뜻하고 서정적이고 그리움이 묻어나는 소리를 원했다. 프란체스카 넘버 중에도 ‘샤콘느’라는 표기가 많다. 슬프고 우울하다는 뜻이다. 혼자 남아 허전함을 꺼내보는 주부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그런 느낌을 성실히 따라가려고 노력했다”고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박은태는 세상 경험이 많은 선구자적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로 변신했다. 거칠고 늠름한 남자의 순정을 그린다. 그는 작품에서 어려웠던 점을 묻자 “가정이 있는 여자에게 같이 떠나자고 하는 로버트의 모습이 전혀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아야 했다”고 대답했다.

배우 옥주현, 박은태가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프레스콜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이어 “‘떠나자’라는 말을 하기 전까지 제가 보여주는 모든 대사에 하나도 거짓 없이 표현해야 되는 게 어려웠다. 진심이 쌓이지 않으면, 누구에게나 떠나자고 말 하는 남자로 느껴진다. 그러면 감동이 없다. 진실된 마음을 쌓기 위해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지금도 고민중이다”라고 배우로서 집중하고 있는 점을 털어놨다.

프란체스카의 남편으로 부지런하고 믿음직한 리처드 버드 조슨 역은 박선우와 이상현이 열연한다. 프레스콜에는 이상현이 참석해 출연 계기를 털어놨다. 그는 “어제 첫 공연을 했다. 연습실과 다른 공연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있어서 굉장히 놀랐다. 처음 이 작품 캐스팅 연락이 왔을 때 옥주현 씨와 박은태 씨가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본을 보거나 음악을 듣지도 않은 채로 계약을 했다. 어제 공연을 하고서 참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며 뿌듯함을 나타냈다.



프란체스카의 이웃에 사는 활력 넘치고 잔소리가 많은 마지 역의 김나윤과 마지의 남편 찰리 역의 김민수는 코믹 요소를 더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존재다. 김나윤은 “마지는 이웃집 아주머니다. 프란체스카를 돌봐주는 따뜻한 사람이다”라고, 김민수는 “우리 부부가 코믹한 캐릭터를 맡았다. 이 작품의 촉매제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유리아는 로버트의 전처이자 음악가인 마리안과 이탈리아에 사는 프란체스카의 언니 키아라로 1인 2역을 펼친다. 김태형 연출은 한 배우에게 두 역할을 시킨 것에 대해 “원작 대본상에도 마리안과 키아라를 한 명이 하게 돼있다”며 “왜 한 배우가 해야 하는지 유리아와 같이 고민하고 이야기 나눠봤다. 마리안은 로버트의 과거를 보여주는 인물이고 키아라는 프란체스카의 과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그 두 사람은 한 배우가 소화함으로써 로버트와 프란체스카가 근원적 외로움으로 맞닿아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각각 프렌체스카와 버드의 아들과 딸로 분한 김현진과 송영미는 걸출한 선배들과 함께 하는 이 기회가 소중하고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현진은 “태어나서 처음 봤던 공연이 옥주현 누나의 공연이었다. 또 용돈을 아껴가며 박은태 형 공연을 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한 무대에 설 수 있어서 즐겁다”고, 송영미는 “연습할 때도 물론 좋았지만 실제로 무대에 올라가니까 배경이랑 무대가 정말 예쁘더라. 오케스트라 분들이랑 하다 보니 감정이 더 와 닿았다. 우러러보던 선배님들과 같이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귀한 시간이다”라고 벅찬 마음을 전달했다.

배우 박은태, 옥주현이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프레스콜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이 작품은 로버트 제임스 윌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지난 1995년 개봉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뮤지컬 초연과 동시에 영화도 재개봉을 하게 됐다. 김태형 이에 대해 “영화 재개봉 소식을 들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두어 번 정도 다시 살펴봤다. 아름답고 서정적이고 좋은 영화다”라며 “영화를 사랑이나 불륜 이야기보다는 한 여성이 자기 자신을 발견해가고 선택하는 이야기로 읽었다. 저희 뮤지컬도 비슷한 맥락이다.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지만, 프란체스카가 잃어버렸던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선택하면서 자신을 완성해가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감동적인 스토리 외에도 남다른 연출로 완성도를 높였다. 커튼콜 이후, 모든 극이 마무리 됐다고 느낄 무렵 감동적인 에필로그로 긴 여운을 남긴다. 또한 배우들 뒤로 해가 뜨고 노을이 지는 장면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보여줘 수준 높은 미장센을 일궈냈다. 조금은 어렵지만 아름다운 선율의 오케스트라는 극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요소다.

한편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토니어워즈에서 여러 번 상을 휩쓴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이 작사와 작곡을, 마샤 노먼이 대본을 맡았다. 옥주현, 박은태, 박선우, 이상현, 김민수, 김나윤, 유리아, 김현진, 송영미 등이 출연한다. 지난 15일 국내 초연의 막을 올렸으며, 오는 6월 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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