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플랜’(감독 최진성)이 지난 18대 대선에서의 의심스런 개표 결과를 역추적해 허점을 낱낱이 파헤쳤다. 21세기, 인간을 능가해 가장 정확할 것이라 믿었던 ‘기계’의 ‘오류’를 의심한 예리한 시각에서 영화는 출발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오늘날까지 18대 대선 투표과정이 이어져 오면서 날로 신속해진 개표방식에 국민들은 ‘문명의 발달’이라 감탄했다. 빠르게 표를 가리는 전자개표기의 신기술을 도입하며 의심의 여지를 드러내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난 18대 대선 투표 결과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개표가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공표되기 전, 개표결과가 버젓이 방송에 나간 사례가 약 2500건이나 발견된 것.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는 이 사례를 놓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순서라고 지적했다. 개표 시스템은, 먼저 투표지가 들어오면 전자개표기가 종이를 판독하면서 각 후보별로 표를 분류해낸다. 분류된 투표용지를 최종적으로 확인을 한 후 개표상황표에 보고된 내용을 위원장이 공표하면 모든 개표절차가 끝난다. 간단히 말해 모든 표가 열려야 결과도 나올 수 있는데, 이 과정이 말도 안 되게 역행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당시 1300여대의 전자 개표기에서 토해낸 미분류표가 3.6% 그러니까 112만여 표가 나왔는데, 분류표에서 보인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표차보다 훨씬 큰 표차를 보였다는 것. 미분류표는 유효표임에도 제대로 인식이 안 된 표들과 무효표들로 이뤄진다. 거르고 걸러진 실제 무효표들은 12만 표에 불과했다. 그 말은 곧 100만 표가 유효표임에도 제 후보에 맞는 값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도출된 오류 비율은 상식 범위 내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여기서 이 ‘비밀’을 파헤칠 각계 전문가인 수학자, 컴퓨터 공학자, 통계학자, 변호사, 해커들이 한국, 미국, 캐나다, 유럽의 다양한 국가에서 본격 동원된다. 이들은 꼼꼼한 계산 과정을 거치고서 18대 대선 당시 전국 251개의 모든 개표소가 토해낸 미분류표에서 같은 패턴을 가지고 등장하는 ‘어떤 숫자’를 발견한다. 박근혜 후보의 상대득표율은 문재인 후보에 비해 1.5배 높은 결과를 나타냈다. 통계학적으로 1에 수렴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보다 0.5가 높은 값을 대한민국 모든 지역구에서 일관되게 보였다.
전문가들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숫자”라며 기함했다. 분류표의 비율보다 미분류표에서 문재인 후보의 득표 비율은 줄어들고 박근혜 후보의 득표 비율은 늘어나는 현상이 전국적으로 거의 동일한 분포를 나타냈다. 김재광 아이오와대 통계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이 우연히 일어날 확률은 번개 두 번 맞을 확률”이라고 말했다. 실험을 통해 전자개표기의 네트워크를 통한 찰나의 해킹까지 간단하게 성공하자, 결과적으로 어떠한 ‘플랜’이 아니고서는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지 못하겠다는 판단이 나온다.
하나의 의구심에서 출발한 추적 결과는 소름끼치도록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시작은 의심의 눈초리로 당시를 겨냥했지만, ‘기계’보다 근본적인 ‘숫자’의 특정 값은 ‘거대한 진실’을 함축하고 있었다. 후반에 모의 해킹 과정으로 1이 2로, 2가 1로 너무나 순식간에 ‘잘못’ 분류되는 표의 흐름을 보고 있자니 허탈감과 자괴감이 밀려든다. ‘이러려고 내가 투표했나.’
우연인지 ‘더 플랜’이 완성된 시점은 내달 9일 대선과 맞물려 더욱 강력한 의미를 전한다. 기계를 다루는 것 역시 사람이 개입하는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앞선 사례는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 영화는 말한다. 흘러간 과거의 오류를 바로잡는 미래를 만들자고. ‘더 플랜’은 20일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