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KBS에서 19일 열린 KBS 주최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처음 도입된 ‘스탠딩 방식’과 ‘9분 총량제’ 토론 방식에 대선후보들은 아직 적응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정치·외교·안보 분야와 교육·경제·사회·문화 분야 등 2개의 파트로 나눠 각 후보당 9분씩 할당되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았던 후보들은 혼자 상당 시간을 얘기해야 하기도 했다. 모두발언과 마무리발언, 공통질문을 제외한 90분간 주도권 없이 난상토론이 벌어진 덕에 언제 자기에게 질문이 돌아올지 모르는 후보들은 긴장한 채 2시간 내내 서 있어야 했다.
여기에 원고 없는 토론으로 각 후보의 ‘민낯’이 드러나고 치열한 난타전으로 이어졌다. 후보들에게 주어진 ‘무기’라고는 펜과 메모지뿐이었다.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모두발언과 마무리발언을 빼면 머릿속에 든 사전 배경지식을 풀어내며 임기응변 능력을 보여줘야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20일 KBS 주회 대선후보 초청 합동 토론회의 ‘시간총량제’ 방식을 두고 “한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되면 충분히 답을 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질문에 대해서 답변시간도 공평하게 부여해주는 룰이면 더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 후보는 처음 시도된 ‘스탠딩 토론’ 방식에 대해서는 “(그렇다면) 자유롭게 움직인다거나 왔다 갔다 한다거나 해야 의미가 있는데 스탠딩 토론의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우리야 괜찮지만 심상정 후보는 좀 힘들지 않으셨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토론 내용에 대해선 “시간 부족 말고는 만족한다”라고 짧게 답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19일 토론회의 ‘원고 없는 스탠딩’ 형식에 “처음 시도하는 형식 아닌가. 나름대로 어느 정도 괜찮은 형식 같다”며 “아마 다음부터는 좀 더 활발하고 더 자신감 있게 모든 후보가 자기 실력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토론회를 자평해달라는 질문에는 “초반부터 질문 두 개 선택하지 않았나. 왜 3번은 없느냐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다음부터는 3번까지 해주시면 꼭 누를 것”이라며 자신의 기호 ‘3번’을 주제로 농담을 던지는 등 토론 결과에 우회적으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는 스탠딩 방식을 두고 “두 시간을 세워놓으니 무릎이 아프다. 체력장 테스트 같다”, “꼼짝 말고 서 있으니 이것은 좀 아니다 싶다”며 토론회 형식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는 ‘총량제 토론’이 2개의 파트로 나눠 진행된 것과 관련, “나눌 필요 없이 통으로 헐어서 하는 게 좋겠다”고 평가했다. 유 후보는 토론 결과에 대해 “별로 마음에 안들었다”면서 아쉬움도 나타냈다. 유 후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대화를 충분히 못 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다 보니까 그런 경향이 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유 후보는 “지난번(1차) 토론하고는 방식이 좀 달랐는데, 5명이라서 좀 산만했던 것 같다”면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안보가 얼마나 불안한지를 꼭 얘기하고 싶었는데 시간 안에 충분한 이야기를 못 했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토론을 마친 뒤 원고 없이 펼쳐진 스탠딩 토론 형식에 대해 “2시간 서 있는 게 힘은 들었다”며 “시청자가 판단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명이 스탠딩 토론을 하기에는 숫자가 많은 것 같다”며 “고정적으로 자리에 서서 하니까 앉아서 하는 것과 큰 차이를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박신영인턴기자 s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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