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과 달리 유모차를 갖고도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대중교통인 버스와 도심전차(트램)가 지상에 설치돼 있어 이용 편의성이 높다. 버스는 대부분 계단 없는 저상버스이고 버스 출입구 높이를 사람이 다니는 인도 높이와 맞춰 손쉽게 유모차를 버스에 올릴 수 있다. 출입구도 크게 제작해 불편함을 줄였다.
프랑스는 대중교통인 버스와 트램의 높이를 정류장과 거의 같게 맞췄다. 유모차나 휠체어로 대중교통을 타고 내릴 때 높이 차이에 따른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한 것이다. 특히 버스는 최대한 정류장 가까이에 정차해 유모차가 바로 탑승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위스 역시 유모차는 트램을 무료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버스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이동식 발판이 바깥으로 나오게 하는 등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핀란드에서는 유모차와 함께 탑승하는 여성 승객은 아예 요금을 내지 않는다. 요금을 내는 순간에도 아이의 안전에 신경을 쓰라는 사회적 배려를 담은 조치다.
우리나라도 저상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유모차를 끌고 타기는 힘들다. 버스가 정류장과 거리를 두고 정차하는 경우가 많고 애써 올라타도 유모차를 둘 공간이 부족하다. 게다가 광역버스나 고속버스 등은 여전히 출입구가 계단형이어서 사실상 유모차를 갖고 이용하기 어렵다. 일산에 사는 김진형(39) 씨는 “서울에는 저상버스가 꽤 있어 유모차를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서울 외곽 주민들에게는 남의 얘기”라며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타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역시 계단이 많아 유모차와 함께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지만 유모차를 동반하면 환승을 거듭해야 한다. 장애인협동조합에 따르면 1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가산디지털단지역은 휠체어로 이동하려면 22분이 걸려 일반인의 3분보다 7배가량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영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연구원은 “버스들이 정류장이 아닌 1차선에서 멈추기도 해 교통약자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버스 기사들이 정류장에 정확하게 정차하고 승객들이 안전할 때 출발하는 것은 지금이라도 당장 시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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