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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통없는 세금' 복권발행 증가 속도 너무 가파르다

정부가 내년도 복권 발행 규모를 올해보다 5.8% 늘린 4조7,109억 원으로 책정했다. 증가율은 연금복권이 출시된 2011년 이후 가장 높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이맘때 확정한 올해 발행분도 5.2% 확대한 바 있다. 이처럼 발행규모를 대폭 확대하려는 이유가 예상보다 복권이 더 팔려서라니 불황에 복권이 잘 팔린다는 속설이 틀린 것은 아닌 모양이다. 정부는 지난해 발행 계획을 3.8% 소폭 늘려 잡았지만 실제로는 8.2% 증가했다.

정부 독점인 복권은 세금에 비해 거부감이 덜해 흔히 ‘고통 없는 세금’으로 불린다. 재정 당국은 판매수익금을 복권기금으로 조성해 여러 공익사업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임대주택 지원과 과학기술 진흥, 소방시설 현대화 등의 재원이 복권 수익금이다. 이런 순기능을 고려하더라도 발행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2.8%에 그친 가운데 국내외 경기예측기관은 올해도 2% 중후반의 저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내년 역시 올해 수준으로 수렴되고 있다. 하지만 2년 연속 복권 발행 증가 속도가 경제 성장률의 2배를 넘는다. 당국의 고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나라 살림을 꾸릴 재원은 한정된 상황에서 복권 판매액의 40%를 수익금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세외수입을 늘리려는 욕심을 낼 만하다.

복권 발행액 증가율(계획 기준)이 대체로 경제 성장률과 엇비슷한 궤적을 그려온 점에 비춰볼 때 2년 연속 평년 이상으로 복권을 더 많이 찍어내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심각한 세수 부족이 되풀이되는 상황도 아니다. 지난해에는 세금이 계획보다 무려 10조 원이나 더 걷혔다. 올해 세수 진척도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이런데도 굳이 사행심과 한탕주의를 조장하는 복권 발행을 대폭 늘리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살림살이가 팍팍한 마당에 ‘고통 없는 세금’으로 서민 호주머니를 쉽게 턴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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