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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18] 때아닌 '北 주적' 공방...'보혁 이념전쟁' 방아쇠 당기나

대선 코앞 두고 文·安 사드배치 찬성으로 기울자

위기감 느낀 보수진영, 野후보 안보관 몰아붙여

文 애매한 답변으로 비켜가..."표심만 의식" 비판





“북한이 우리의 주적(主敵)인가.”(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대통령이 될 사람이 해야 할 발언은 아니다.”(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문재인·유승민 후보가 지난 19일 TV 토론회에서 안보관을 놓고 정면 충돌하면서 정치권에 때아닌 ‘주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의 개념과 규정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하루가 지난 20일까지 이어졌다. 북한의 잇따른 핵 도발로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안보 이슈’가 대선 정국의 핵심 키워드로 다시 부상한 모습이다. 주적 공방 뒤에 숨은 정치적 의미와 후보별 전략을 심층 분석해 봤다.

◇‘보혁(保革)·이념갈등’ 그대로 드러낸 주적 논란=대북관에 기초한 이번 주적 논란은 보혁 대결구도에 내재한 이념적 대립을 일거에 표출하는 방아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문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 사실상 찬성 입장으로 돌아서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 진영이 근본적인 ‘정체성’을 물고 늘어지며 야권 주자들에게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경우 안 후보에게 쏠린 보수 표심을 되찾아오는 것이 급선무인 만큼 안보 분야에서의 분명한 차별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유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젊은이들이 전방에서 목숨을 걸고 휴전선을 지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국군 통수권자가 될 사람이 주적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을 못하면 자격이 없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한국당은 논평을 내고 “문 후보의 안보관은 불안함을 넘어 두려움에 다다르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전날 주적 공방에서 한 발 비켜나 있던 안 후보도 ‘문재인 대세론’에 치명타를 입힐 기회를 잡았다는 듯 논란에 가세하고 나섰다. 안 후보는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지금은 남북대치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주적”이라고 밝히며 문 후보를 코너로 몰아세웠다.

◇애매한 답변으로 안보 프레임 비켜가는 文=주적 개념을 둘러싼 정치권의 난타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문재인 캠프는 이날도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중도·보수층 공략을 위해 사드 배치는 찬성 기조로 선회했지만 우파 진영의 ‘안보 프레임’에 잘못 휘말리면 공들여 관리한 지지층을 일거에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문 후보 측은 주적 논란은 ‘보수 진영의 낡은 종북몰이’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역공을 취하고 나섰다. 문 후보 측 박광온 선대위 공보단장은 이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색깔론이자 정치공세”라며 “군사적으로 북한이 적인 것은 맞지만 헌법은 북한을 평화통일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군사적인 대치 개념과 정치적 입장에서 보는 북한을 구분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북한을 보는 시각은 다층적이고 이중적이다. 이를 무시한다면 국가를 경영할 기본적 철학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캠프의 이 같은 대응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후보가 심각한 안보 위기에도 불구하고 표심을 의식한 전략적 노림수에만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방부의 북한 규정을) 존중은 하지만 대통령이 되면 평화 기조 속에서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얘기를 해야 맞는 것이지 국방부 생각 따로, 대통령 생각 따로라고 하면 ‘따로국밥’ 정부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윤석기자·광주=김지영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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