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보 이슈가 장미대선의 이슈로 부상한 상황에서 이번 문건 공개가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송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당시 정부가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을 최종 결정하기 전에 북한에 의견을 물었다고 전했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2007년 11월 20일 싱가포르 ‘아세안+3’ 회의에 참석 중이던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백종천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이 사전 확인한 북한의 입장을 보고한 뒤 노 대통령이 기권을 결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북한에 반응을 알아보자”고 말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불거졌다.
송 전 장관이 공개한 문건은 당시 정부가 확인한 북한의 입장을 청와대가 문건 형태로 정리한 것으로, 문건에는 “남측이 반(反)공화국 세력들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북남 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으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북한의 입장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또 “만일 남측이 반공화국 인권결의안 채택을 결의하는 경우 10·4 선언 이행에 북남간 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남측이 진심으로 10·4 선언 이행과 북과의 관계발전을 바란다면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남측의 태도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기재돼 있다.
문건 하단에는 손으로 쓴 글씨로 ‘18:30 전화로 접수(국정원장→안보실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이는 북한의 입장을 전달받은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전화를 통해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전달했고, 백 실장이 이를 문건 형태로 정리해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송 전 장관은 기권 결정을 둘러싼 상황과 관련, 당시 자신이 수첩에 기록한 내용이라며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문 실장이 물어보라고 해서…”라고 적힌 메모도 제시했다. 여기서 ‘문 실장’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문 후보와 민주당은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며 ‘기권 결정’을 한 이후에 북한에 통보한 차원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온 바 있다.
송 전 장관의 문건이 공개되자, 타당 후보들은 문 후보를 향해 파상공세를 펼쳤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이날 “송 전 장관에 따르면 문 후보는 거짓말을 크게 한 것이 된다”며 “국민들이 그런 거짓말을 하고, 안보 관련해서 북한을 주적이라고 하지 않는 분한테 과연 국군통수권 맡길 수 있을 것이냐”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캠프의 김유정 대변인은 “문 후보는 지난 2월9일 한 방송에 출연해서 송 전 장관 회고록에 나오는 대북 결재에 대한 논란은 왜곡된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문 후보는 더 이상 대선 정국을 거짓말로 물들이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전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캠프의 지상욱 대변인단장은 “정직하지 않은 대통령은 북핵보다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문 후보는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문 후보와 민주당은 “기권 결정을 한 이후에 북한에 통보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송 전 장관의 문건 공개 파문을 ‘색깔론’으로 규정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문 후보 캠프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여의도 당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분명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주재한 (2007년)11월16일 회의에서 인권결의안 기권을 노 전 대통령이 결정했다는 것”이라며 “11월16일 노 전 대통령이 결정한 후 우리 입장을 북에 통보했을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송 전 장관의 메모 공개를 겨냥, “주적 개념으로 공격하더니 이제는 실체도 없는 개인 메모까지 등장했다. 얼마나 급하면 그러겠느냐”며 “이번 대선은 색깔론이나 종북몰이를 이용한 공세가 소용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후보 역시 “이 문제의 핵심은 송 전 장관이 주장하는 11월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이라는 방침이 먼저 결정됐느냐, 아니면 결정되지 않고 북한에 먼저 물어본 후 결정했느냐라는 것”이라며 “분명히 말하는데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방침이 결정됐다. 북한에 통보해주는 차원이지, 북한의 방침에 대해서 물어본 바 없고 물어볼 이유도 없다”고 답했다.
문 후보는 “저는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이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고 그뿐 아니라 저에 대한 왜곡도 있었다”며 “지난 번 대선 때 NLL 대화록 공개와 같은 제2의 북풍공작으로 선거를 좌우하려는 비열하고 새로운 색깔론이자 북풍공작으로 본다”고 송 전 장관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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