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억달러(약 2조8,400억원).’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와 정당·이익집단이 사용한 금액이라고 한다. 혹자는 이번 미국 대선을 ‘쩐(錢)의 전쟁’이라고 했다. 올해도 예외 없이 ‘이번 선거자금 규모가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는 언론기사가 나왔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쩐’의 전쟁이 가능한 것은 로비스트를 통해 이익집단으로부터 후원금을 모금하는 것이 합법화돼 있고 모금 방식이나 상한액에도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이나 이익단체도 정치행동위원회(PAC)를 만들어 후보자나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다. 결국 후보자는 자신에게 많은 후원금을 납부한 개인이나 이익집단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1인 1표가 아닌 1달러 1표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지난 미국 대선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의 난무’라 할 수 있다. 워낙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유언비어가 유포돼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덜 나쁜 후보자를 선택하는 선거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악의적인 유언비어는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우리나라의 역대 선거에서도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이 없던 것은 아니다. 지금도 ‘가짜뉴스’ 형태를 띤 유언비어가 유포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서 마치 진짜 언론기사인 것처럼 유포되기 때문에 그 파급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선관위도 이를 중대 선거범죄로 규정해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 단순한 가짜뉴스는 사실 여부가 실시간으로 확인돼 잘못된 정보에 현혹돼 투표하는 유권자는 줄어들 것이다.
이제 17일 뒤면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정치자금은 민주주의 성장에 있어 필수적인 비용으로 모금과 집행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자금 기부자 명단과 모든 수입·지출내역을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공개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때다. 아울러 이번 대선이 허위사실 공표나 흑색선전이 아닌 정책 검증과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는 아름다운 선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명행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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