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발정제, 거짓말, 갑철수, 박지원, 이명박 아바타….’
외교·안보 분야 토론을 벌이는 자리에서 각 당 대선후보들은 최고조에 달한 북핵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대방 흠집 내기에만 집중했다. 이 때문에 후보들의 외교·안보 철학과 비전에 대한 검증은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TV토론회가 23일 외교·안보·정치 분야로 처음 열렸지만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졌다. 앞서 송민순 문건 논란으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후보들은 대북 정책이 아닌 진실게임으로 난타전을 펼쳤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 후보 자격이 없다”며 몰아세웠다. 그러자 문 후보는 유 후보의 거짓말 표현을 지적하며 “북한 색깔론이 실망스럽다. 방해하지 말라”고 말을 잘랐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유 후보의 공격을 이어받아 문 후보의 거짓말 논란을 열거하며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계속되는 거짓말 공방에 안 후보가 “지금은 (안보 위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미래를 향한 발전적 토론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안 후보의 발언 이후 정책 토론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안 후보가 갑자기 ‘민주당 네거티브 문건’을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문 후보를 향해 거듭 “제가 갑철수인가 안철수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아내의 교수 특혜 채용과 문 후보 아들의 특혜 채용을 거론하며 국회에서 검증을 벌이자고 주장했다.
사회자가 후보들의 공방을 지적하며 수차례 “정책과 공약을 검증하는 토론회라는 점을 유념해달라”고 당부했지만 토론은 본궤도로 좀처럼 돌아오지 못했다.
문 후보는 유 후보의 토론 태도와 홍 후보의 국가보안법 폐지 질문, 안 후보의 김대중 정부 남북관계 책임론 등 지난 1·2차 토론 때 공격받은 부분을 모두 끄집어 공격하느라 급급했다. 예정된 토론 시간의 절반이 지나자 사회자가 다시 후보들의 토론 내용을 지적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안·유 후보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평양 특사 발언을 두고 다시 진실게임을 벌였고 문·안 두 후보는 안 후보의 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논란으로 날을 세웠다./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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