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대선이 2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전선에서 뛰는 대선후보 못지않게 부인들의 ‘내조 전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과거 조용한 내조에만 머물렀던 후보 부인들도 전국 팔도를 도는 광폭 행보를 통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 ‘제2의 홍보 특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부인인 김정숙씨는 24일 광주광역시를 찾아 어르신 배식봉사를 시작으로 지역 경로당과 시장 등을 잇따라 돌며 어르신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날 하루에 잡힌 공식일정만도 무려 10곳에 달하는 강행군으로 웬만한 대선후보들의 일정보다 더 빠듯했다.
김씨는 지난해 추석부터 매주 홀로 연고도 없는 호남을 찾아 지역민들과 끈끈한 스킨십을 이어간 덕분에 ‘문재인의 호남특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녀의 활약이 호남에 퍼져 있던 반문(문재인) 정서를 해소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도 연일 남편 못지않게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날 새벽 강원도 원주의 재래시장을 시작으로 저녁까지 강릉과 속초를 도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김 교수는 전날 부산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 참석해 ‘안철수’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고 시민들과 함께 5km를 완주한 뒤 남편의 모교인 부산고 동문회를 찾아 동문들의 지지를 부탁하는 왕성한 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당내 경선과정 당시만 해도 외부 활동을 삼가던 김 교수의 조용한 내조 스타일이 대선이 다가오면서 적극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부인 이순삼씨는 남편의 거친 이미지를 부드럽게 순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전날 밤 한국당의 찬조연설 1번 타자로 나선 이씨는 “(홍 후보)본인이 ‘스트롱맨’이라고 하지만 제 앞에서는 ‘소프트맨’”이라며 “거칠어 보이지만 속은 따뜻하고 허튼소리 안 하는 강직한 사람”이라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 22일 서울역광장 유세현장에서도 이씨는 홍 후보의 설거지 발언에 대해 “기저귀 빨래도 해서 널어줬다”며 적극 해명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부인 오선혜씨는 다른 후보 부인들에 비해 적극적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묵묵히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이날도 온종일 강원도를 누빈 남편을 대신해 서울시청에서 열린 유아교육공약 비교평가 토론회와 선거연락사무소 행사에 참석해 빈자리를 채웠다. 최근에는 남편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자 전국적 스타로 떠오른 딸 유담양과 함께 대외활동의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