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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안티 드론





얼마 전 검독수리가 상공을 떠도는 드론(소형무인기)을 날카로운 두 발톱으로 낚아채 지상에 떨어뜨리는 장면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프랑스 공군이 새끼 독수리에게 드론을 먹잇감으로 인식하도록 특수 훈련을 시켜 드론 퇴치에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독수리는 드론에 다치지 않도록 발가락에 보호대까지 장착하고 있었는데 마치 응사의 팔에서 날아오른 매가 순식간에 사냥감을 포획하는 우리의 오랜 매사냥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드론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각국마다 안전성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기 고장에 따른 낙하나 충돌 사고는 물론 테러나 범죄 집단에 이용될 가능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 미국 백악관 건물에 드론이 충돌한 사건이나 일본 총리공관에서 방사능 드론이 발견된 것은 대표적 사례다. 선진국들은 이미 군과 경찰에 드론 전담팀을 창설하고 주요 행사 때마다 드론 테러 대책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만 해도 북한이 어선 등에서 드론을 이용해 화학무기를 공격하는 최악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드론을 감시하고 차단하는 ‘안티 드론(Anti-drone)’ 기술 가운데 독수리 사냥이 자연 친화적인 방법이라면 전파 방해 장치인 재머(jammer)를 이용하거나 다른 드론을 통해 불법 드론에 그물을 던져 포획하는 공중전 시스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에는 강력한 고주파를 발사해 드론의 회로를 태워버려 추락시키거나 지상에서 기체의 위치정보를 파악해 비행경로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방식도 상용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안티 드론 기술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관련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흥미로운 것은 록히드마틴이나 보잉·에어버스 등 거대 항공기 제작업체들이 안티 드론 기술 개발에 남다른 정성을 쏟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생 기업과 전통 강자가 벌이는 창과 방패의 싸움인 셈이다. 문명의 이기가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도록 혁신의 씨앗은 키우면서 악용을 막는 제도적 틀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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