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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무관용·엄벌주의 탓에...숨막히는 교도소

5년간 범죄 건수 그대로인데

실형 선고·법정구속 사례 급증

올 수용인원 14년만에 최대

교정 시설마다 '과밀화' 심각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면조사로 경계가 강화된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의 모습./의왕=송은석기자






지난달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구치소 안팎에서는 재소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구치소가 미어터져 일반 재소자들은 6인실(12.75㎡)을 8명이 쓸 정도인데 박 전 대통령은 혼자 3.2평(10.6㎡)짜리 특별 독방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로 구치소에 갇힌 이른바 ‘슈퍼 범털’들도 6㎡가 넘는 독방을 쓰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 교도소·구치소 등 교정시설의 과밀화 문제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전국 교정시설 정원(4만6,600명)과 비슷한 수준이던 수용인원은 지난 4년여간 급격히 늘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권의 엄벌주의·무관용 형사 정책이 교정시설 과밀화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교도소·구치소·지소를 비롯한 전국 교정시설 53곳의 1일 평균 수용인원은 5만7,689명으로 2003년(5만8,945명)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2년 4만5,488명이던 수용인원은 최근 5년 새 1만2,000명 넘게 급증했다. 교정시설 수용인원은 1990년대 후반 들어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6년부터 2012년까지는 4만5,000~4만9,000명 수준을 유지해왔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교정시설에서의 과밀수용 현상과 그 대책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는 인간의 기본적 생활 유지마저 위협할 정도다. 성동구치소는 지난해 6월 기준 정원 대비 수용률이 163%에 달했고 서울구치소 158.5%, 의정부교도소 157.3%, 인천구치소 152.6% 등 수도권 교정시설 대부분이 정원 대비 150% 이상을 수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소자 간 폭력행위 빈도도 늘어나는 추세며 지난해 8월 부산구치소에서는 재소자 두 명이 잇달아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5년간 국내 범죄 발생 건수는 연 190만건 수준에서 거의 늘지 않아 교정시설 과밀화의 주된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대신 박근혜 정부에서 강성화한 형사 정책을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는 사례는 2012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늘었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형사공판사건에서 법정 구속된 피고인 수는 1만762명으로 2002년 5,168명에 비해 약 2배 증가했다. 안성훈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2년 이후 벌금형과 집행유예 선고 비율은 줄어드는 반면 형기 1년 이상 정기형(유기징역·금고) 선고 인원이 늘어나는 경향도 교정시설 과밀화의 원인”이라며 “가석방 처분도 제한적으로 활용돼 무관용·엄벌주의 원칙이 엄격히 작용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과밀화는 교정시설의 목표인 수용자 사회 복귀와 재사회화를 저해하는 만큼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다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정시설을 무턱대고 늘리는 방법은 긴 시간과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뿐 아니라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미국도 교정시설 과밀화 해소를 위해 1995년 1,160개소였던 교도소 숫자를 2000년 1,208개로 늘렸지만 과밀화 현상이 더욱 악화했다고 형사정책연구원은 지적했다.

결국 수용인원을 줄이는 게 가장 효과적이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라는 의견이 많다. 경미한 범죄는 수사 단계에서 원상회복을 조건으로 하는 형사조정이나 화해 같은 방법을 적극 활용해 사건을 끝내자는 것이다. 또 집행유예나 벌금형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안 연구위원은 “벌금형과 집행유예는 수형자의 자산·수입을 고려한 탄력적 운용이 가능하며 경미한 범죄자들이 교도소에서 새로운 범죄에 물드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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