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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새 정부서 정경유착 끊으려면

정치부 민병권 차장

민병권 정치부 차장




굴지의 국내 대기업은 한 정부부처로부터 근래에 난감한 요청을 받았다. 국제 행사를 여는데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쉽게 말해 협찬이다. ‘미르재단 문제가 터진 게 언제라고….’ 기업 측 관계자는 속으로 이렇게 혀를 차며 해당 부처 측에 사정상 도움을 주기 어렵겠다고 응대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집단들이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온 나라가 뒤집어졌는데도 말이다. 기득권, 그중에서도 특히 관료·정치인들이 그러하다. 여전히 구태를 벗겨내지 못한 이들은 ‘하던 대로’ ‘시키는 대로’ ‘편한 대로’ 그렇게 민간에 손을 벌려댄다. 그럴 때마다 명분도 거창하다. ‘국익을 위한 일이다’ ‘공익 행사다’ ‘국제 이벤트다’라는 핑계가 붙는다. 기업에 그렇게 한 번 두 번 신세를 지기 시작하면 정부나 집권세력으로서도 반대급부를 줄 수밖에 없다. 민원과 특혜가 맞물리는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는 그렇게 형성되는 것이다. 공공의 적 최순실이 쥐락펴락한 미르·K스포츠재단도 처음에는 공익을 내세우며 민간기업들의 돈을 추렴하다 사달이 났다.

대선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구태를 바꾸겠다며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정말 그런 의지가 있다면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업에 공익을 빌미로 한 이런저런 민원을 자제하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다며, 경제를 살리겠다며 대기업·중견기업에 이런저런 정부정책에 대한 협조를 요구하다 보면 그런 것이 ‘신세’가 되고 ‘부채’가 돼 특혜로 되갚아줘야 하는 상황을 자초하게 된다.



이번 대선에서 새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가장 참기 힘든 민원은 고용·투자 공약 협조 요청일 것이다. 집권 초부터 경제지표가 정권 지지율을 크게 좌우할 터이니 집권세력으로서는 대기업·중견기업들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하려는 유혹에 노출되기 쉽다. 역대 대통령들이 대부분 그래왔다. 무슨 무슨 센터니, 무슨 무슨 밸리니, 어떤 어떤 특구니 하는 거창한 이름으로 간판을 박아 해당 사업에 돈 좀 대고, 사람도 좀 뽑으라고 기업들을 흔들어대고는 했다.

비즈니스의 세계에 공짜는 없다. 기업으로서는 집권세력이나 정부 민원에 부응하며 체면을 세워주는 대신 이런저런 반대급부를 직간접적으로 얻으려는 성향이 있다. 그러다 삐끗하면 제2, 제3의 미르재단이 생기는 것이고 그 와중에 정권 비선실세라도 끼게 되면 또 다른 최순실 사태로 불거지게 된다. 이런 관행이 바로 정치와 정부·재계가 얽힌 부패를 시스템화·관행화·고착화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해외에서는 좀처럼 비리·형사사건에 휘말리지 않는 우리나라의 세계적 기업들이 왜 국내에서는 툭하면 권력형 비리에 휘말리는지도 여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새 대통령은 기업들로부터 관치와 정치의 그림자를 지우는 결단을 내려주기를 당부한다. 정치부 민병권 차장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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