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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곽도원 “‘특별시민’, 사명감으로 참여했다”

“‘곽블리’요? 아이고~ 하지 말어요. 뭔 곽블리여.

배우 곽도원 /사진=쇼박스




배우 곽도원이 자신에게 붙은 이색 애칭에 적잖이 부담스러워했다. 지난해 9월 MBC ‘무한도전’에서 ‘아수라’ 팀과 ‘신들의 전쟁’ 특집에 나섰을 당시 호탕하고 순수한 반전매력을 쏟아낸 효과다. 전작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변호인’, ‘곡성’까지만 해도 선 굵고 거친 이미지가 지배적이었던 곽도원이 예능프로그램 하나로 이미지 전환을 제대로 한 셈. 하지만 낯간지러운 걸 떠나 한편으론 다른 형태의 이미지가 잘못 고착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순전히 ‘체면’의 문제가 아니었다. 앞으로의 연기에서 메시지 전달이 온전치 못할까봐 두려운 것이다.

이러한 걱정은 이번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에서 커졌다. ‘특별시민’은 본격 정치와 선거판 이야기다. 현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치열한 선거전을 다뤘다. 그 속에서 곽도원은 선거공작의 일인자,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로 분했다. 철저한 전략과 야망을 날선 인물로 선보이는 시점이라 더욱 그러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만난 곽도원은 ‘특별시민’에 심취한 자신과 일상의 반응으로 다가오는 괴리감에 고충을 토로하면서 여전히 배우로서, 그리고 국민으로서의 열정을 드러냈다.

“배우로서 이런 정치적인 영화에 욕심이 있었거든요. 중립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비판할 수 있겠다는 사명감으로 작품을 선택하게 됐어요. 관객 분들도 많이 와주셔서 있을 법한 얘기를 많이 봐주셨으면 해요. 저는 ‘특별시민’을 재미있게 봤어요. 어느 연령대의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해요. 한 번도 저는 스코어를 맞춘 적이 없어요. ‘곡성’도 누가 볼까 싶었는데 결국엔 ‘어? 보네?’라면서 놀랐죠.(웃음) 현실 정치인들에게서 있을 법한 일들을 다뤄서 아이들도 ‘저 아저씨가 왜 싸워?’라고 질문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영화예요.”

흥행여부를 놓고 먼저 김칫국 마시지 않는 곽도원. 다만 소신 있게 ‘특별시민’의 의의를 되새긴다. 당장 5월 9일 치러지는 장미대선과도 시기와 의미가 맞물리는 작품인터라 그 점에서만 바라봐도 의미가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극 중 곽도원이 연기한 심혁수는 변종구 캠프를 이끄는 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 철저한 전략과 공세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데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는 선거 전문가다. 동시에 자신의 야망을 위해 대세의 편에 서기 위한 저울질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사람도 국회의원을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선거대책본부장의 역할을 할 정도로 계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 정도였으면 좋겠다는 기준이 있었죠. 심혁수가 정말 욕심이 많은데, 모두 박인제 감독님이 설정한 거예요. 여담으로, (최)민식이 형이 ‘도원이가 지금까지 검사를 하더니 이젠 국회의원까지 하는 구나’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배우 곽도원 /사진=쇼박스


‘범죄와의 전쟁’에서 악질검사, ‘변호인’에서 시국사범 고문 경감, ‘아수라’의 독종검사에 이어 이번 ‘특별시민’에서도 검사 출신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검사 타이틀만 수차례다. ‘공무원, 전문직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이 같은 캐릭터는 곽도원 특유의 색채로 자리 잡았다. 그런 그가 이번에 가장 가까이서 상대하는 인물은 3선 도전에 나선 서울시장 후보 변종구. 2011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이번에는 최민식의 최측근으로서 또 한 번 호흡을 맞췄다. 두 번째로 함께하지만, 이번에는 줄곧 함께하며 느낀 부분이 더욱 컸다.

“정말 배울 게 많은 선배예요. 일상에서도 마찬가지고요. 후배들에게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는데, 저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죠. 이 작품을 선택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해요. 이끌어준 선배에게도 감사하고요.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최민식 선배님께 많이 배웠어요. 민식 선배님은 정말 역할에 완벽하게 ‘빙의’ 된다는 표현이 맞아요. 카메라 밖에서 장난치실 때의 표정과 연기할 때 표정이 완벽하게 다르시거든요. 눈빛이 확 달라져요.”

하지만 곽도원 역시 최민식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카메라 안팎의 모습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배우다. 연기할 때는 세상을 모조리 씹어 삼킬 듯한 과격한 포스를 뿜어내다가도 일상에서는 구수하고 친근한 말투와 솔직한 표현, 호탕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간극이 들켜버린 최근, 고충이 생기기도 했다.

“예전에는 강렬한 악역도 많이 해서 대중 분들이 저를 무서워했어요. 그런데 ‘무한도전’ 출연 이후로 확 줄어든 거죠. 예전에는 제가 화장실만 가도 (사람들이) 스윽 비켜서 지나가시더니, ‘무한도전’ 이후로는 저를 툭 치면서 ‘형님 팬입니다’라고도 하시더라고요. 개인 생활이 없을 정도로 많이 알아봐 주시는 게 한편으론 힘들 때도 있죠. 슬리퍼 신고 집 앞 마트에 가도 ‘에이~ 곽도원, 저 삼선 슬리퍼는 아니다’라고 하시고. 저는 그 때 속으로 ‘슬리퍼에 메이크업 할 수도 없는데’라고 생각했죠.”



“연극판을 나오고서 자격증도, 돈도, 빽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걸어왔어요. 역할이 커지다보니 생활에서 불편함이 있더라고요. 연애도 마음대로 못 해, 술도 마음대로 못 마셔, 고민도 함부로 얘기 못해... 고민 얘기하면 주변에서는 ‘그래도 먹고 살잖아’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TV 틀어놓고 술 마시고 그래요. 어쩌다보니 알려진 사람이 됐는데, 매일이 새로워지니까 혼자 이걸 극복하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죠. 힘든 건 사생활이에요. 스스로 판단해 나가야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성숙하지 않은 나를 발견할 때마다 ‘아이고 이거 어떡하나’ 싶어요.”

배우 곽도원 /사진=쇼박스


곽도원은 지금까지 일상에서 마주친 당황스런 시선들에 고충을 드러내면서 이와 관련해 연기에 선입견이 생기는 부분을 가장 우려했다. 직업이 배우이고 무엇보다 연기로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그 이야기의 본질을 흐릴까봐 걱정하는 것이 컸다.

“배우라는 직업의 사명감이라고 하면, 세상을 행복하게 해주고, 즐겁게 해주고. 귀한 시간에 영화를 보러와 주시는 관객 분들의 선택과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거죠. 장르적으로 세상을 비판하는 영화를 만들면 사명감을 가지고 만들게 돼요. 예술 하는 사람들이 세상의 권력에 반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중립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있어서 어떤 색깔을 가져버리면(예능에 따른 이미지) 그 사람이 편향돼 보인다고 생각하거든요. ‘곽블리’도 좋고, ‘무한도전’의 곽도원도 좋지만,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배우라는 존재는 속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언정 투명에 가까운 무채색으로 세상에 보여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게 관객들에게 파급 효과가 있겠고, 배우의 사명감이겠죠.”

‘특별시민’은 여러 모로 민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시장선거를 그리긴 했지만, 다가올 실제 대선과 통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선거판을 꿰뚫어보는 예리함과 사익을 위해 철두철미함을 가진 인물 심혁수는 분명 관객들이 경계하고 볼 대상이다. 곽도원은 왜곡된 이미지가 영화의 뜻을 흐리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그는 특히 소신 있는 정치적 발언으로 ‘특별시민’에 대해 그저 필모그래피 쌓기 용으로 참여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제 세상이 변화되고 있다’는 말이 차츰 나오는 것 같은데, 그런 작은 움직임을 원해서 ‘변호인’에 참여 했었죠. 이번에도 사명감으로 참여했어요. 10년 후에는 이런 정치적 비리를 그린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야 그런 영화가 되니?’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저는 연기로써 보여드리지만, 미술가, 소설가, 시인들 등 온 몸으로 총탄을 맞으신 분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어요. 저도 제 생각을 SNS로 전하고 싶었는데, 저에겐 ‘영화’라는 매체가 가장 파급력이 있겠더라고요. 그런데 국정농단이 터지면서 오히려 우리 영화 얘기가 약해지는 게 아닌가 걱정 아닌 걱정도 되는 거 있죠. 실제로 어마무지한 얘기들이 벌어졌으니까요.”

곽도원은 나라가 발칵 뒤집어진 최악의 사태에서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목소리가 ‘연기’라 여겼다. SNS를 안 하니 인터뷰 자리에서나마 쌓인 울분을 잠시나마 쏟아냈다. “솔직히 말해 과거엔 정치에 관심이 잘 없었다.”는 말까지 ‘진짜 곽도원’을 스스럼없이 보여줬다. 예능에서의 곽도원이 100%였다고 생각하면 오산. 진지한 곽도원이 꺼내든 ‘문제’에 귀를 기울여볼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현 대한민국의 병폐에 풍자를 섞어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는 곽도원이다.

“법륜 스님의 말씀 하나가 생각나네요. 최순실의 국정논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 물으니 ‘최순실 씨한테 고맙다고 해야 한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관심을 갖게 해주지 않았느냐. 그 분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나름 있더라. 큰일을 해내셨다’고 말씀 하셨죠. 그 말을 듣고 ‘그래서 나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구나’ 느꼈어요. 정말 세상에 필요 없는 게 없구나 싶었다니까요.”

배우 곽도원 /사진=쇼박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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