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제 친딸을 7년 만에 만나게 됐습니다”
영화 ‘지렁이’는 배우 김정균에게, 또 아버지 김정균에게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여러 가지 사건 사고를 겪은 후 더 단단해진 그에게 영화는 부녀 상봉이란 행복을 안겼다.
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이혼 한 그는 7년 동안 얼굴도 보지 못한 채 하루 하루를 보내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렁이’를 촬영하던 중 아이 엄마가 직접 찾아와 딸아이를 만날 수 있게 했다. “영화 후반 작업 때쯤 아이 엄마한테서 연락이 왔다. 아이를 보여주겠다고 하더라”
7년이란 시간동안 아비와 딸의 마음속엔 수 많은 회한들이 쌓여갔다. 하지만 뒤늦게 만나 이야기를 나눈 부녀는 서로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딸 아이가 아빠를 오해하고 있던 부분도 있었다. 아빠가 날 안 찾는 게 아니라 못 찾은 거였다는 걸 이제야 안거다. 물론 왜 아빠가 못 찾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아이 엄마 입장도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현재 그는 가정 법원을 통해서 한 달에 2번씩 딸을 만나고 있다. “내 딸이지만 마음대로 만날 수 없다. 국가에서 만나게 해줘야 만날 수 있다. 참 재미있는 나라구나. 못해본 경험들을 하는거야. 배우로서는 이런 경험들이 도움이 되겠구나란 생각도 들더라”
현재 예고에 재학중인 딸에겐 연기자에 대한 피가 흐른다고 한다. 애써 담담한 척 말을 하는 그였지만 한마디 한마디에선 딸바보의 면모가 묻어나왔다.
“딸 전공이 한국무용 쪽인데, 지난 번엔 연기를 배우고 싶다고 하더라. 무용수도 무대에서 표정 연기가 필요하다고 말해서 한번 해보라고 말했다. 사실 속마음은 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미리 경험하게 해서, 재능이 없으면 과감하게 꿈을 꾸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후배가 하는 연기학원에 다니게 했다. 그랬더니 후배가 가망성이 있다고 하더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그 이후엔 딸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서울예술대학 방송연예 외래교수이기도 한 그는 “배우에게 필요한 건 인성이다”고 말했다. 딸 아이가 훗날 프로 연기자가 된다면 연기자 선배이자 아버지의 말이 더욱 크게 와 닿을 듯 하다.
“연기는 리액션이다. 반응을 받아서 다시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을 저 역시 뒤늦게 깨달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배우에게 인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우 지망생인 제자들에게도 늘 그런 이야기를 한다. 자아 발견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배우 정신을 가지고 있음 남을 존중하게 된다. 또 그 배려가 나에게 돌아와 연기에 녹아들게 된다. 순발력 있는 연기는 결국 소모성이 크다. 길게 보고 싶다면 인성과 배려심을 생각해야 한다.”
한편, 20일 개막한 윤학렬 감독의 영화 ‘지렁이’는 장애우의 아픔과 청소년 왕따 자살 문제를 다룬다. 배우 김정균 오예설이 주인공으로 열연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인터뷰 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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