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결선에 진출한 극우 성향 국민전선(FN) 후보 마린 르펜(48)이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당 대표직을 사임했다.
르펜은 24일(현지시간) 프랑스 공영방송인 ‘프랑스2’에 출연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르펜은 “프랑스 대통령이라면 모든 프랑스인의 대통령이자 모든 프랑스인을 아우르는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의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을 2011년부터 이끌다가 유럽 난민사태 속에 고조된 반기득권, 반난민 정서에 힘입어 득세했다.
르펜은 “나는 더는 FN 당수가 아니다”며 “나는 당론에 구애를 받지 않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은 나나 나의 프로젝트에 대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시스템이 우리를 영구적으로 희화화하려 하는 데 우리는 최선을 다해 최고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려 한다. 국민 없이, 국민에 반해 행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는 모두 결집해 극우세력의 집권을 막는 불문율이 있어 르펜의 이날 결단은 이같은 ‘유리 천장’을 우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기존 질서와 체계를 부정하는 반기득권 정서를 결집하려는 승부수로도 읽힌다. 이밖에 극우정당을 향한 대중의 반감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해석하고 있다.
그의 부친인 장마리 르펜도 2002년 대선 결선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으나 대패하고 말았다.
르펜은 “프랑스 국민 보호를 약속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며 안보의제를 내세우며 반기득권 대표로서 자신의 일반적 모습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3일 열린 1차 투표에서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과 함께 결선에 진출해 다음달 7일 결선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르펜과 마크롱이 결선에서 맞붙으면 르펜이 한결같이 큰 격차로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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