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수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말했다. 그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 전 차관에게서 정유연(정유라씨 개명 전 이름)이라는 학생이 지원했으니 신경 써달라고 부탁했나’라고 묻자, 김 교수는 “입학 청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김 교수는 김 전 차관이 자신에게 ‘건너건너 아는 집의 자녀가 이대 수시모집 승마 특기생으로 지원했다’는 취지로 말했고, ‘정유연’이라고 적힌 쪽지를 건넨 부분은 인정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쪽지를 집에 가져가 폐기했으며 ‘승마 특기생’을 언급하는 김 전 차관에게 “학장인 나는 입학 문제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김 교수는 앞선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김 전 차관의 진술 내용 대부분을 부인했다. 김 전 차관은 최씨의 청탁을 받고 김 교수를 직접 만나 “아는 사람의 부탁”이라며 정씨를 신경 써 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차관은 또 “김 교수가 ‘남편도 말을 타서 정윤회(정씨의 아버지)를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고도 설명했다. 특히 김 전 차관은 ‘김 교수가 정씨를 잘 알고 있다며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맞나’라고 특검이 묻자 “그렇게 기억한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정씨를 잘 챙기겠다는 의미로 대답하지 않았고, 남편이 승마를 하기 때문에 정씨를 알고 있었다는 김 전 차관의 말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 교수는 또 “김 전 차관이 ‘정유라씨를 신경 써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김 전 차관 진술의 처음과 나중이 너무 다른데, 여러 시나리오를 써서 얘기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씨에게 입시·학사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 교수는 이날 자신의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그는 증인 신문에 앞서 “항암 약물치료와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기억이나 집중력, 지탱하는 힘이 많이 떨어진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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