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약 항목과 내용이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소요 재원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 재원액수인 35조6,000억원 중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한 부분은 절반 수준(18조4,000억원)에 그쳐 ‘주먹구구식’ 예산 추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10대 공약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공개한 정책 답변자료에 따르면 문 후보가 내놓은 190여개의 국정공약을 추진하는 데 연 35조6,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8대 대선 당시 119개의 공약 추계액수인 연 38조5,000억원보다 2조9,000억원 낮은 수치다. 18대 공약을 기본 틀로 하되 현재 상황에 맞춰 공약을 대폭 추가했는데도 불구하고 재정 소요액은 줄어든 셈이다.
일단 공공일자리 창출 공약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는 40만개를 만드는 데 3조3,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반면 이번에는 두 배가 넘는 81만개를 늘리겠다면서도 막상 재원 규모는 4조2,000억원으로 소폭 늘리는 데 그쳤다.
5년 전과 현재 공약은 일자리 창출 개수만 다를 뿐 경찰관·소방관 등 공무원이나 공공서비스 일자리를 만든다는 세부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지난 5년간 임금이 인상됐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소폭 증가한 재원 추계액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문 후보 측의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일부러 축소해서 추계한 것은 없다”며 “5년 전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각 분야 중 가장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복지공약도 5년 전 24조1,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인 24조3,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5년 전 포함됐던 의료(9조6,000억원) 분야 등이 이번에는 복지 분야 재정 추계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홍종학 정책본부 부본부장은 “의료비 재원은 건강보험으로 하기 때문에 재정으로 잡지 않는다”며 “의료 재원이 추가되더라도 보험 재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간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 등 5년 전과 같은 공약을 내걸었음에도 재정 소요액이 판이한 데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에 포함된 주거 부문도 5년 전 공공임대주택 12만가구 공급 등을 내세웠을 당시 2조9,000억원으로 추산했지만 공공임대 13만가구 공급 등을 약속한 이번에는 1조~2조원 정도만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밖에 문 후보가 달동네 등 총 500여곳의 노후 주거지를 살린다며 제시한 ‘도시재생 뉴딜 사업’도 매년 10조원의 공적재원 중 2조원은 국가재정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총 재원액 산출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한편 문 후보 측이 밝힌 재원 추계액(35조6,000억원) 중 구체적인 쓰임새를 알 수 있는 부분이 18조4,000억원에 그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문 후보는 17일 선거관리위원회에 10대 공약을 등록하며 18조4,000억원에 대한 용도만 공개했다. 이마저도 13일 언론에 공개한 10대 공약의 추산액(25조3,350억원)을 나흘 만에 아무런 설명 없이 7조원 가까이 줄인 것이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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