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이라는 새 대북정책 노선을 공개하기가 무섭게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북한을 철저하게 고립시키기 위한 공세에 돌입했다.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28일 미국 뉴욕에서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외교적 고립화’ 방안을 거론할 예정이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틸러슨 국무장관이 주재하는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외교적·군사적 압박 조치가 논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은 동남아시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북한 공관의 불법 외화벌이 활동을 강력히 단속하고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외교 업무를 중단하거나 공관을 폐쇄하도록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너 대행은 유엔 회원국들에 북한과 아예 외교관계를 끊도록 요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모든 것들이 논의되고 있다(all under discussion)”며 배제하지 않았다.
중국에 초점을 둔 대북 압박도 한 차원 강화됐다. 토너 대행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며 중국에 대해 공식적으로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틸러슨 장관은 특히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추가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중국이 자체적인 제재를 가하겠다고 북측에 통보했다고 중국으로부터 들었다”며 “우리는 이 심각한 위협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중국의 의지를 시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도 정부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고 나설 태세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의회는 지난달 하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한 ‘대북 차단·제재 현대화법’ 등 관련법을 이르면 다음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이 법은 북한으로 흘러가는 돈줄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원유·석유제품의 대북 판매·이전 금지,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외국기업 직접 제재, 도박·음란 인터넷사이트를 포함한 북한의 온라인 상업행위 차단, 전화·전신·통신 서비스 대북제공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할 경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놨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미 공영라디오 NPR와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가 북한 정권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확실히 우리는 그런 방식(대화)으로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은 올바른 의제에 관해 이야기할 준비가 됐는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올바른 의제란 단순히 몇 달이나 몇 년간만 멈췄다가 재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을 의제로 해야만 양자회담이 성사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틸러슨 장관은 이날 오전 뉴욕 본부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이후 예정에 없던 긴급 양자회담을 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미 양국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에 따른 비용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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