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 게임 같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든 의류회사나 슈퍼마켓 등 물건을 팔든 업종을 불문하고 모두가 쌓여있는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어 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공 법칙’을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거대한 데이터 앞에 속수무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크기를 강조하는 ‘빅’ 데이터라는 용어에 입각해서 말하자면 버나드 마의 ‘빅데이터-4차 산업혁명의 언어’는 페타바이트의 세계에서 데이터를 적절히 활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낸 45개 케이스를 소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업의 위기를 우려하지만 빅데이터를 통해 도약하는 기업들의 사례도 무궁무진하다. 500개 이상의 항공사와 150개 이상의 군대에서 쓰는 거대한 엔진을 만드는 롤스로이스는 엔진 출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고장을 예방하고 수리가 필요한 부분을 찾아낸다. 글로벌 정유회사 셸은 ‘데이터 기반 유전’ 개념을 도입해 풍부한 자원이 발견됐던 지역과 유사한 데이터를 갖춘 지역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검증됐을 때 시추작업을 한다. 이들 모두 “‘구시대’ 산업의 거인이 데이터 사용과 효율성의 개선으로 새로운 시대로 전환한 좋은 예”다.
빅데이터 활용은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난다. 최약체였던 미국 여자 사이클팀은 데이터를 활용한 훈련으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농기계 제조 업체인 존디어는 농기계 효율과 관련된 정부는 물론 기후와 금융 정보, 작물별 투자가치를 종합해 농부들이 쉽게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는다. 런던 교통국은 교통카드 정보를 통해 어느 지역의 대중교통이 보강돼야 하는지 판단하고 에어비앤비는 가정집 사진과 위치, 물품, 서비스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적정 가격을 책정하는 시스템을 지원한다.
각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는 목표와 전략이 분명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가가 아니라 당신이 빅데이터를 가지고 무엇을 하는가”라는 저자의 말대로 이들은 각자의 전략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활용했다. 그러나 데이터 분석과 활용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과제도 늘어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데이터를 분석할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개인정보 침해와 유출 우려라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 등은 모든 케이스에서 드러났다. 특히 인력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대부분은 데이터 접근과 해석의 문턱을 낮춰 모든 직원이 데이터 기반 전략을 짤 수 있도록 했지만 여전히 이 부분은 난제다. 그나마 넷플릭스, 월마트 등은 데이터 분석 경쟁 플랫폼인 캐글을 통해 집단지성을 활용하며 인력 부족의 난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유용한 개요”를 지향하는 개론서다. △해결과제 △방법론 △결과 △활용 예 △기술 △극복 과제 △시사점의 목차로, 동네의 작은 정육점부터 동물원, 카지노, 슈퍼마켓, 패션 회사까지 다양한 기업의 사례는 물론 교통, 도시개발, 출입국 등 공공서비스 분야의 사례까지 쉽게 설명한다. 사례가 많은 만큼 구체적인 전략은 다소 빈약하게 소개되고 같은 목차를 반복하는 탓에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것은 약점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를 엿볼 수 있는 만큼 빅데이터 활용을 고민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면 이 책에서 약간이나마 힌트를 얻어볼 수도 있겠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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