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정(28·대방건설)과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시즌 첫 승을 향해 다시 한 번 손을 뻗고 있다.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라스콜리나스CC(파71·6,441야드)에서 개막한 텍사스 슛아웃(총상금 130만달러, 우승상금 19만5,000달러)으로 2주 만에 재개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허미정과 박성현은 첫날 선두권에 올라 나란히 시즌 첫 승 기대를 높였다.
세계랭킹 27위의 허미정은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몰아치는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며 6언더파 65타 단독 선두로 나섰다. 4언더파의 박성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미셸 위(미국) 등 2위 그룹과는 2타 차다. 지난 2009년 LPGA 투어에 데뷔한 허미정은 그해 세이프웨이 클래식과 2014년 요코하마타이어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로 2년7개월 동안 2승에 머물고 있다. 올 시즌은 분위기가 좋다. 지난달 기아 클래식에서 3라운드까지 1타 차 2위를 달린 끝에 공동 4위로 마쳤고 이어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도 공동 14위로 선방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3위였다가 마지막 날 5오버파로 미끄러졌지만 직전 대회인 롯데 챔피언십에서는 마지막 날 5언더파를 몰아쳐 공동 16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저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선두로 출발한 이번 대회에서 통산 3승이 기대되는 이유다.
전반에 버디만 4개를 잡은 허미정은 후반 들어 11번홀(파3)과 14번홀(파4)에서 5m 넘는 중거리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궜다. 하이라이트는 15번홀(파4)이었다.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물에 티샷을 빠뜨린 허미정은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도 조금 짧아 겨우 그린에 올렸다. 보기 위기. 그는 그러나 10m쯤 돼 보이는 거리에서 1퍼트 만에 홀아웃, 버디 부럽지 않은 파를 지켜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18번홀(파5)에서는 어프로치 샷이 길어 그린을 넘겼으나 그린 밖에서 퍼터로 친 네 번째 샷을 홀 바로 앞에 붙여 노 보기 경기를 완성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도 공동 2위에 올랐던 허미정은 “가늠하기 힘든 바람이 거의 매 홀 불어닥쳐 머리가 복잡했지만 퍼트(28개)가 잘 떨어져 줘서 정말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날 평균 드라이버 샷 301야드를 찍은 세계 12위 박성현도 버디 4개로 노 보기 경기를 했다. 그는 올 시즌 드라이버 샷 거리 5위(273야드)에 올라 있고 신인왕 포인트에서는 압도적인 1위다. 초반에 3위와 4위에 한 차례씩 오른 뒤 직전 롯데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23위로 주춤했지만 데뷔 첫 승을 목표로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올 시즌 최장타자는 평균 275야드의 렉시 톰프슨(미국)이다. 그는 그러나 최근에는 장타보다 이달 초 ANA 인스퍼레이션에서의 ‘벌타 논란’으로 더 주목받았다. 마크 후 볼을 제자리에 놓지 않은 게 뒤늦게 확인되면서 톰프슨은 4벌타 ‘폭탄’을 맞은 끝에 유소연에게 우승을 내줬다. 이후 이날 처음 대회에 나와 2언더파 공동 18위에 오른 톰프슨은 “3주간의 휴식기는 좀 힘들었지만 코스에 돌아왔다는 사실이 기쁘다. 그간 있었던 일은 잊고 앞으로의 경기에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2013년과 2015년 이 대회 우승자인 박인비와 월요예선을 통과해 출전권을 얻은 여고생 성은정(18)도 톰프슨과 같은 2언더파 공동 18위다. 유소연은 3오버파 공동 88위로 처졌고 새 캐디와 함께 나온 세계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1언더파 공동 32위로 출발했다. 골프 입문 후 벌써 11번째 캐디를 맞은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 결과로 쭈타누깐에게 세계 1위를 뺏길 수도 있다. 쭈타누깐이 우승하고 리디아 고가 7위 밖으로 마치면 쭈타누깐이 세계 1위로 올라선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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