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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영화계] “송강호·전지현을 잡아라!” 당신이 몰랐던 캐스팅 비화

충무로에서 톱스타를 나누는 기준과 섭외 과정을 알려주마

언젠가부터 한국 영화를 살펴보면 유독 익숙하게 노출되는 얼굴들이 있다. 상업영화는 물론, 이른바 ‘대작’이라 하는 영화들에 꼭 빠지지 않고 캐스팅되는 배우가 있다. 그리고 그 배우들이 출연하면 대게는 기대치만큼 흥행을 안겨주는 경우를 맛본다. ‘행운의 부적’처럼 기용되는 이들은 충무로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불린다. 과거 주연에 한정됐다면, 이제는 명품조연, 괴물급 신인까지 다양한 ‘얼굴들’이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가는 중이다.

배우 송강호, 전지현, 최민식, 김혜수, 강동원, 전도연 /사진=서경스타DB




안성기, 최민식, 한석규, 송강호, 이병헌, 황정민, 설경구, 김윤석, 정우성, 이정재, 이범수, 하정우, 조인성, 원빈, 강동원, 류승범, 공유, 현빈, 이준기, 김주혁, 이선균, 류승룡, 이제훈, 유아인, 김수현, 이영애, 전도연, 문소리, 김혜수, 손예진, 전지현, 송혜교, 김하늘, 공효진, 김민희, 하지원, 배두나, 신민아, 이나영, 김옥빈, 정유미, 한효주, 천우희, 심은경... 이들의 명단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 톱스타? A급 배우? 주연급? 다수의 작품에서 주연 롤을 맡으며 흥행을 이끈 경험이 있는 배우들임에는 확실하다.(영화진흥위원회 역대박스오피스 100위권 통계 참고) 우리는 이 같은 인물을 ‘한국 영화를 이끈 주역’이라고도 부른다.

일단 한 번 흥행 쾌거를 거둔 배우들은 다음 시기 제작되는 작품들에서 섭외 순위 상위권, 혹은 1순위로 껑충 뛰어오른다. 해당 배우를 찾는 수요가 많아지니 그만큼 몸값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인기 배우’를 캐스팅하려는 제작사들의 노력은 치열하다. 사실 작품성이 떨어져도 ‘배우빨’이 작용해 흥행 안정권에 드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배우의 영향력이 클수록 작품의 ‘대박’을 노려볼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한국 영화에서는 그만큼 배우와 흥행의 비례 관계가 명확하게 작용한다.

작품 수가 늘고 다양성까지 생기면서 최근에는 조연라인 배우들에서도 자주 접하는 얼굴이 생겼다. 곽도원, 박성웅, 이경영, 오달수, 유해진, 성동일, 박철민, 배성우, 김의성, 장광, 김홍파, 김원해, 김병옥, 박혁권, 김대명, 박병은, 안재홍, 김성균, 조재윤, 조우진, 라미란, 류현경, 진경, 이엘, 장영남, 이일화, 김혜은(2010년 이후 국내 개봉 영화 참고) 등은 안정적인 감초 연기로 ‘천만 배우’, ‘다작 요정’, ‘신스틸러’ 등의 수식을 받으며 주연 못지않게 관심을 모은다. 조연급에서도 ‘대박 난 작품’에 출연한 경우라면 다음 작품 캐스팅 시 눈에 띌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간혹 주연의 인기도가 입증되지 않은 경우, 조연의 ‘하드 캐리’로 빈틈을 메워 흥행을 이끄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앞선 성공 사례가 차기작에서 100% 재증명 되리라는 법은 없다. 작품을 거듭하면서 ‘주연급 N명 X 조연급 N명’의 갖은 조합으로 출연진이 꾸려지는 와중에 더러는 입맛대로 흥행을 낳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가까운 예로 최민식 주연의 ‘대호’(누적관객수 176만 2733명),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누적관객수 51만 878명), 정우성·황정민·주지훈 주연의 ‘아수라’(누적관객수 259만 4129명), 고수·설경구 주연의 ‘루시드 드림’(누적관객수 10만 2170명), 이병헌 주연의 ‘싱글라이더’(누적관객수 35만 1220명)는 주연의 이름값에 비해 기대만큼의 흥행성과를 내지 못해 고배를 마신 것이 사실이다.

배우 송혜교, 정우성, 공효진, 이정재, 손예진, 이병헌 /사진=서경스타 DB


■ 톱스타 캐스팅? ‘전작 흥행도·이미지 부합·투자자 입김’으로 판가

그럼에도 아직은 톱스타를 주연으로 두어야 작품이 반드시 흥행한다는 불문율이 영화계에 뿌리 깊게 자리 잡혀 있다. 흥행부진의 경우도 간혹 발생하지만, 확률상 ‘이기기 쉬운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충무로에서 톱스타를 나누는 기준과 섭외 과정은 어떻게 될까.

A 제작사의 캐스팅 디렉터는 “지금 현재의 인기도를 보고 배우의 섭외 순위를 고려한다. 최근이나 이전 작품에서 히트 친 정도로 대중적 인지도가 파악된다. 영화와 드라마 각각 캐스팅 하는 순서가 다른 것 같다. 투자사의 투자자들이나 배급사는 ‘영화적인 배우들’을 선호한다”고 장르의 특이성을 강조했다.

B 제작사의 대표는 “감독마다 캐스팅 기준이 다르겠지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배우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일반적인 관객선호도를 보기도 하고, 배우를 성별, 나이 대로 나눠 해당 역할에 적합한 이미지를 찾기도 한다. 대중적 인지도와 호감도는 대중에 소비되는 이미지가 반영되는 거겠다. 이에 따라 광고, 드라마, 영화 등 최근작과 활동을 위주로 보게 된다. 전작에서의 느낌도 본다”고 전했다.

‘군도: 민란의 시대’, ‘검사외전’, ‘보안관’, ‘공작’을 제작한 영화사 월광의 손상범 대표는 “딱히 배우들의 급을 세세하게 나눠서 평가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적역인 이미지와 연기력을 먼저 보고 캐스팅한다. 다만 캐스팅 순서는 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연기를 잘하는 배우에게 먼저 출연 제의를 하게 된다. 그들을 캐스팅하지 못할 때 다음 안의 순서가 있겠다. 하지만 그게 ‘급’의 개념은 아니다. 요즘은 그런 걸 리스트로 만드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인기도보다 작품 속 이미지와의 결합성을 추구했다.



배우 한예리, 박정민, 김태리 /사진=서경스타DB


■ 신인배우 캐스팅, ‘작품 이미지’까지 좌지우지



익숙한 주연에만 기대는 것에 피로감과 일부 한계를 느낀 감독들과 제작사는 참신한 신인 배우를 히든카드로 꺼내 들기도 한다. ‘아가씨’의 김태리가 탄생하기까지 박찬욱 감독이 숙희 역을 찾기 위해 충무로에서 웬만한 20대 여배우들의 오디션을 대거 본 유명 일화가 있다. 1500:1의 경쟁률을 뚫고 작품에 출연한 김태리는 큰 비중의 역할을 완벽 소화하며 첫 작품 만에 충무로의 ‘믿고 보는 인재’로 자리 잡았다.

독립영화에서 쌓은 내공으로 메이저에 진출한 변요한, 박정민, 한예리, 박소담도 긍정적인 사례다. 이들은 장기간의 훈련 과정을 거쳐 그간의 필모그래피에서 두각을 나타내오며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자연스레 상업 영화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됐고, 첫 메이저 진출부터 ‘충무로의 괴물 신인’으로 주목받을 수 있었다.

이 밖에 신인배우를 캐스팅하는 루트는 다양하다. ‘기존의 이미지’ 자체를 찾기 어려운 노릇이다 보니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시간과 공을 들여 어렵게 발굴한 만큼 기대 이상의 효과를 안기는 경우도 많다. 종전에 없던 새로운 얼굴이 자아내는 신선함의 효과가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 향상에 큰 도움을 주는 것.

‘부산행’의 제작사 레드피터 이동하 대표는 “신인을 캐스팅하는 방법으로는 보통 오디션이 있고, 그 이전에 각종 영상을 보고 캐스팅하는 경우도 있다. ‘부산행’에서 (김)수안이 같은 경우에는 원래 아들 역으로 몇백 명의 오디션을 보던 중에 워낙 연기를 잘해서 캐스팅된 후 딸 역할로 바뀌었다. 보통 아역배우들은 아무리 적어도 2~300:1의 경쟁률을 보인다. 아역배우들의 데뷔전도 치열하다.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여진구 군의 역할도 경쟁률이 어마어마했다. 이번에 제작하는 ‘염력’에서는 대부분의 배역을 모두 오디션을 통해서 뽑았다”고 전했다.

C 제작사의 대표는 “일단 매니지먼트들이 인연이 있는 영화사에 프로필을 전달해 놓으면, 추후 영화사에서 시나리오를 건네기도 한다. 그러면 매니지먼트 쪽에서 시나리오를 읽고 매칭이 되는 배우를 저희에게 제안하러 찾아온다. 상대적으로 주연 파워가 있는 매니지먼트의 경우에는 스스로 추천하기도 한다. 그들이 결코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주목해서 보게 되기는 한다. 우리가 작품을 만들면서 신선함을 주고 싶은 배역을 일부러 만드는 경우도 있다. ‘왕의 남자’ 이준기나 ‘꽃보다 남자’ 이민호처럼 배우 한 명이 작품과 함께 성장할 때 시너지가 커지는 경우가 있다”고 소속사와의 관계부터 캐릭터 형성까지 언급했다.

여전히 분기별로, 심지어는 동시기에 다른 작품에서 중복으로 마주치는 배우들의 수가 적지 않다. 인기가 인기를 부르는 격으로 분명 쾌재를 외칠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관객들이 느낄 피로감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다행히 그러한 움직임이 근래 탄생하는 작품들에서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익숙한 것, 보장된 것을 선호하는 한국사회에서 신인들이 설 곳이 얼마만큼 넓어질 수 있을지 앞으로도 지켜볼 일이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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