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협상을 위한 ‘초강경’ 가이드라인을 채택하고 오는 6월 영국과의 본격 협상 돌입을 위한 의결 과정을 마무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 정상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특별회의에서 브렉시트 협상 가이드라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EU는 오는 5월22일께 세부지침을 마련, 6월8일 치러지는 영국 총선 이후 본격적인 양자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확정된 EU의 가이드라인은 3월31일 발표된 초안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아일랜드 등 최근 떠오른 문제에 대해 EU의 권리를 우선시하는 등 보다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EU 정상들은 ‘영국과의 미래 관계를 정하는 문제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진전이 있을 때만 논의한다’고 명시해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동시 진행’ 방침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위자료’로 불리는 영국의 EU 재정 분담금 600억유로(약 74조6,740억원)에 대한 납부도 요구했다. 영국과 스페인이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국령 지브롤터에 대해서는 관련 협상 결과가 스페인의 허가를 받도록 명시했다. 초안에서 주요 사안으로 다루지 않았던 영국령 북아일랜드 문제에 대해서는 아일랜드가 통일될 경우 북아일랜드에 EU 회원권을 부여하기로 해 사실상 ‘영연방의 해체’까지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EU가 영국 정부의 요구사항을 전면 거부함에 따라 국제사회는 브렉시트 협상의 새로운 변수가 된 6월 영국 조기 총선 결과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노동·자민당 등이 반(反)보수 연합을 구성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영국 보수당 정권과 EU의 ‘강 대 강’ 대립을 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영국 가디언은 ‘하드 브렉시트’를 고수했던 집권 보수당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며 초장부터 녹록지 않은 협상이 예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당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EU의 가이드라인 확정 후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협상이 종료될 때는 영국의 EU 탈퇴뿐 아니라 미래 관계(FTA)에 대해서도 분명해져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EU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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