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책에 따라 10일을 기해 신문·통신사는 기자증을 일제히 갱신 발급하게 됐다.” 5·16 직후인 1961년 7월 한 중앙 일간지의 단신 기사다. 민간 기업의 신분증에 불과한 기자증 갱신을 지시한 정부 기관은 공보처였고 옛 기자증은 본사가 전량 회수해 소각하라고까지 자세히 지침을 하달한다. 언론사들이 난립하던 시절이기도 했고 기자증 하나가 ‘특권’이자 사기와 위조의 대상이던 시절이기 때문에 지금 기준으로 평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권을 잡은 군부가 ‘사이비 기자 척결’을 명분으로 언론을 통제하려 했던 것이다.
기자가 처음 신문사에 입사한 1990년대 초반에도 기자증은 있었다. 입사 경쟁이 치열하던 시절이기 때문에 친구들이 신문사 입사를 했다고 하면 먼저 ‘기자증’을 보여달라 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보여준 것이 신문사의 사원증이다. 그러나 실제로 기자 생활을 하면서 이나마 사용한 것은 극히 드물다. 오히려 이후 대부분의 출입처의 출입 규정이 까다로워지면서 사원증이 아니라 주민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국회와 정부부처·기업 등에서 내부 인사와 구별하기 위해 기자 출입증이라는 것을 만들어줬으나 이마저도 없으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주민증과 교환해 방문증을 끊어 출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상시 출입처가 없는 곳에서도 기자증보다는 명함으로 신분을 증명했다. 감추려고 하는 사실을 파헤쳐야 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취재하는 기자에게 ‘자격증’ 자체가 어불성설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로 바뀌고 있었다.
태국 국가개혁조정회의(NRSA)가 최근 ‘언론인 자격제도’를 골자로 하는 언론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3년 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의 집행 기구인 NRSA는 신문·방송뿐 아니라 온라인 매체와 소셜미디어까지 언론인 자격을 따지고 이를 위반할 경우 최고 징역 2년형에 200만원 가까운 벌금을 물린다고 한다. 온라인상의 ‘가짜 뉴스’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집권 군부의 지지를 받고 있으나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올해 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142위로 기록했다. 자격증도 아닌 자격증이자 20세기의 낡은 유물인 ‘언론인 자격증’이 태국에서 조만간 부활할 조짐이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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