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단 발언을 두고 미국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근거 없이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이 오랜 동맹관계를 뒤흔들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국무·국방부 대변인을 맡았던 존 커비 CNN 안보 분석가는 29일(현지시간) ‘한국 방어는 부동산 거래가 아니다’라는 글을 통해 “미국은 이미 (사드 배치와 관련한) 비용을 대기로 합의했다”며 “트럼프가 한국과의 동맹관계와 그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언급하며 미군이 주둔 지역에서 시설이나 토지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무기 운용은 미국의 책임이라는 점을 대통령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이번 발언은 남북 대치가 최고 수준에 달했으며 한국이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나왔다”며 “한국이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발언한 트럼프가 (사드 비용 요구로) 한국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미국 학자들도 한미 동맹관계에 초점을 맞춰 트럼프 대통령이 실책을 범했다는 평가를 잇달아 내놓았다. 미 해군연구소의 켄 가우스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당황했다”며 “(사드 비용 청구를 결정한) 근거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우스 박사는 또 “한국에 사드 비용을 대라고 하는 것은 적어도 사드 배치를 지지하는 합의를 훼손하고 한미 관계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 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선동적이고 무지하며 동맹국을 대할 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번 발언은) 유인상술(bait and switch)이며 계약 후 조건을 바꾸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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