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에서 제주도로 향하는 국내선 비행기가 이륙하자 한 40대 여성 승객이 승무원을 불렀다. “기내식이나 간단한 음식을 달라”는 것. 승무원은 규정에 따라 “사전에 신청하지 않으면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이 승객은 “승무원이 승객에게 말할 때 왜 무릎을 꿇지 않느냐. 당장 기장을 데려오라”며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비행기에서 술을 먹고 소란을 피우거나 승무원들에게 ‘갑질’을 하는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경제취재진이 만난 승무원들은 상상을 뛰어넘는 사례들을 전해줬다. 한 승무원은 “술에 취한 승객이 술을 더 마시고 싶다며 비행기에서 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있다”고 했고 또 다른 승무원은 “면세점에서 산 술을 기내에서 몰래 마셔 이를 제지하자 되레 소리를 지르며 손찌검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기내 흡연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기내 흡연 적발 건수는 전자담배 보급 확대로 지난 2014년 278건에서 지난해 364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최근 3년간 발생한 기내 난동 발생 1,269건 중 흡연이 1,023건으로 약 80%를 차지했을 정도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해 최근 벌금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2배나 높였다.
이외에도 △지나치게 큰 소리로 대화하는 행위 △우는 아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행위 △큰 소리로 음악을 듣는 행위들도 주변 승객들을 불편하게 하는 비매너로 꼽힌다. 회사원 이경진(35)씨는 “지난달 베트남행 비행기에서 몇몇 아주머니들이 너무 큰 소리로 말씀을 하셔서 조금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가 ‘괜히 분위기 망친다’ ‘젊은 사람이 예의가 없다’는 핀잔만 들었다”며 “다른 사람을 배려해달라는 부탁을 오히려 버릇없는 행동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