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반도 위기설의 여진이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5월 들어 북핵 협상론이 급격히 대두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북미 대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물론 “상황이 적절하다면”이라는 단서를 내걸었지만 취임 후 처음으로 직접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다. 무력시위와 함께 미중 무역을 고리로 중국을 움직여 북한의 ‘생명줄’을 바짝 당기는 ‘최대의 압박’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 확인 시 협상할 수 있다는 ‘관여’가 골자다.
지난 4월 내내 한반도 위기설을 고조시킬 정도로 ‘최대의 압박’에 집중해오던 트럼프 행정부가 4월 말 이후 점차 ‘관여(협상)’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로서는 4월의 한반도 위기를 통해 이미 1차적인 목적은 달성했다”며 “앞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집권 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와는 달리 북핵 문제 해결을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이미 상당한 정치·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북핵 시설에 대한 정밀타격(surgical strike)과 ‘제2의 한국전쟁’을 시사하면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고조됐고 주변국들은 ‘최고 수준의 압박을 이어가는’ 트럼프 미 대통령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이 사이 트럼프는 대중 관계에 있어 전임 오바마 정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하게 주도권을 틀어쥐었다. 전격적으로 진행된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중국의 반발 강도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동북아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일 관계에 있어서도 일본의 대미 의존이 더욱 확실해졌다. 우리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다. 사드가 전격적으로 배치됐고 이제 사드 배치 비용 부담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면개정으로 청구서가 날아오고 있다.
대화의 분위기는 미국뿐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왕이 외교부장 등이 대화 해결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고 최근 환구시보는 ‘채찍보다 당근’이라는 사설을 실었다. 북한도 도발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6차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이 계속 유예되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협상을 제안한다고 해서 북미 협상이 쉽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대화의 전제조건을 둘러싸고 앞으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며 북미 직접대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그러나 북한은 ‘올바른 의제’에 대해 우리와 논의할 준비를 한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그는 “올바른 의제는 단순히 (핵 개발을) 몇 달이나, 몇 년 동안 멈췄다가 재개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년간 의제가 그랬다”고도 덧붙였다. 즉 틸러슨 장관은 ‘핵 동결’이 아니라 ‘핵 포기’ 의사를 분명히 하는 게 직접대화의 조건이라는 것을 확실히 했다. 미국이 비핵화를 위해 제시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라는 조건이 바닥에 깔렸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 폐기를 조건으로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핵 포기에 체제보장으로 답했던 2005년 6자회담 합의(9·19 공동선언) 당시보다 지금 북한의 핵 개발 수준은 훨씬 진전됐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 폐기를 조건으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실험 중지 등 도발 중단 대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상대적으로 쉬운 과제를 1차적인 목표로 해서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안의식 선임기자 이수민기자 miracl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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