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5일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2016)을 보면 제53회 백상예술대상(2017)의 윤곽을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후보 6개와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후보 5개 중 4개의 작품이 겹친다. 이 외에도 감독상, 주조연상에 비슷한 작품과 배우들이 후보로 올라와있다.
2016 청룡영화상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작품들은 지난 2015년 10월 9일부터 2016년 10월 9일까지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다. 2017 백상예술대상은 2016년 4월 14일부터 2017년 3월 30일까지 국내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한다. 두 시상식은 비록 개최년도가 다르지만, 2016년 4월 14일부터 2016년 10월 9일까지 개봉작을 공유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6월부터 8월까지를 ‘영화 성수기’로 분류한다. 학생들의 방학과 휴가 시즌이 겹치는 시기다. 여기에 추석 시즌(9월 15일)까지 합친 6~9월은 소위 말하는 대작 및 기대작들이 줄지어 개봉하는 때다. 이번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후보로 오른 5개 작품 모두 해당 시기에 포함됐다. 청룡과 백상의 후보작들이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곡성’-‘부산행’-‘아가씨’, ‘내부자들’ 없는 백상에서 누가 왕일까
올해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후보는 5월 12일 개봉한 ‘곡성’(감독 나홍진)부터 ‘아가씨’(감독 박찬욱, 6월 1일), ‘부산행’(감독 연상호, 7월 20일), ‘밀정’(감독 김지운, 9월 7일), ‘아수라’(감독 김성수, 9월 28일) 순이다. 이 중 ‘곡성’, ‘아가씨’, ‘부산행’, ‘밀정’이 청룡영화상 작품상 후보와 겹친다.
먼저 지난해 청룡영화상에서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에게 최우수작품상을 내어준 ‘곡성’이 백상예술대상에서 작품상을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특히 ‘곡성’은 청룡영화상에서 감독상을 받은데 이어 이번 백상예술대상 감독상에도 후보로 올랐기에 작품상과 감독상에서 2관왕을 차지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상황. 여세를 몰아 남자최우수연기상에 오른 곽도원과 여자조연상에 오른 천우희도 영예를 안을 수 있을까.
‘아가씨’ 또한 청룡영화상 때와 마찬가지로 백상예술대상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모두 올랐다. 제69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기도 했던 ‘아가씨’의 작품성이 백상예술대상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을지 두고 봐야할 부분이다. 비록 청룡영화상에서는 작품상과 감독상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김민희와 김태리가 여자주조연상을 모두 차지하며 여성배우의 저력을 보여준 바.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여자최우수연기상과 여자신인연기상에서 선전할 것을 점쳐본다.
연상호 감독은 자신의 첫 실사영화 ‘부산행’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 후보에 자리했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5개의 영화 중 유일한 천만 영화 주인공이기도 하다. 공유는 ‘도깨비’로 TV부문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영화 ‘부산행’과 ‘밀정’에서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다만 ‘부산행’의 두 조연 김의석과 마동석이 남자조연상에서 대결을 벌이고 있으니 이들의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 상이 작품상 하나뿐이랴?…‘밀정’-‘마스터’-‘밤의 해변에서 혼자’
무관에 그쳤지만 청룡영화상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밀정’은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선방했다. 마찬가지로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 750만 명이라는 높은 관객수를 기록했지만 상복이 많지는 않았던 ‘밀정’이 백상예술대상에서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쟁쟁한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들 사이 유독 기를 펴지 못하는 ‘밀정’은 최우수연기상에서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 일제강점기를 바탕으로 내적 고뇌를 섬세하게 풀어낸 송강호가 남자최우수연기상 후보에 올라있다.
작품상과 감독상에서 찾아볼 수 없던 ‘마스터’는 오로지 이병헌의 이름 하나로 최우수연기상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내부자들’로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과 백상예술대상 남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이병헌이 백상예술대상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사생활 논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도 눈에 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에 오른 데다 주연배우 김민희가 은곰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감독상 후보에 오른 홍상수 이름 석 자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여자최우수연기상에 김민희, 감독상에 홍상수가 호명된다면 여러모로 뜨거운 백상예술대상이 되지 않을까.
한편 지난달 28일 투표를 마감한 영화부문 인기상은 ‘형’의 도경수가 75%, ‘공조’의 윤아가 92%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각각 남녀 1위를 차지했다. 제53회 백상예술대상은 오는 3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린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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